 경마 경륜 경정에 이어 소싸움까지. 정부가 4번째 공영 경주를 도입하면서 또다시 세계 최저 수준의 환급률을 고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해 8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우권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전통 놀이와 베팅을 접목한 소싸움은 이미 지난해 사업주체인 한국우사회가 발족한 데 이어 다음달 중 경북 청도에 1만8,000여평 규모의 소싸움장이 문을 열 예정으로 오는 7월1일 4번째 국가 운영 경주로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 수입을 위해 또다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려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에 따르면 전체 우권 발매액 가운데 72%는 우승소를 알아맞힌 사람에게 상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8%는 세금(18%)과 운영비(10%)로 사용된다. 세금은 지자체 레저세가 10%,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가 각각 6%와 2%씩이다. 환급률과 세금 구조가 경마(환급률 72%-세금 18%-운영비 10%) 경륜·경정(환급률 70%-세금 18%-운영비 12%) 등 이미 정부가 운영 중인 공영 경주를 빼쐈다.
경마의 경우 환급률이 호주 뉴질랜드 80%,미국 79%,일본이 74.4%인 데 비해 한국은 70.9%(세후)로 세계 최저다. 얼마 전 경마팬들은 환급률 인상을 요구하며 10만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경륜과 경정 역시 일본의 75%에 훨씬 못 미쳐 환급률 조정 요구가 거세지만 정부나 해당단체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간 음성적으로 시행돼온 도박 소싸움의 양성화는 소싸움이 1,0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문화인 데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끈질기게 도입을 주장해온 숙원사업이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강호성 한국우사회 대표이사는 “소싸움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연간 1,000억원의 지자체 재정 확충에 지역경제유발효과도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싸움의 상품화는 세계 최초로 일본 홍콩 중국 관광객들이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관광수지 적자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경주 전문가는 “환급률 70%라는 건 100만원으로 두 번 베팅하면 49만원으로 반토막이 난다는 얘기다. 슬롯머신도 법정 환급률이 80%인데 명색이 공영 경주에서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할 짓이냐”고 말했다.
세금뿐 아니라 운영주체가 가져가는 운영비 10%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마사회의 경우 지난해 운영비는 7,600억여원으로 경비를 제한 순이익만 1,800억원에 달했다. 공영 경주 환급률 인상의 국민적인 요구를 묵살하고 소싸움마저 환급률 72%를 고집함에 따라 정부가 도박 공화국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종민 minyi@sportstoday.co.kr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