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터져 나오는 기수들의 부정경마 수사사건 보도를 접하는 경마 고객들은 매우 착잡한 심정이다. 되풀이되는 경마 부정사건들은 과연 근절할 수 없는 것인지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부정경마 사건은 당사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경마관련 기관간의 파행적 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기수협회는 조교사협회, 마주협회와 더불어 경마시행에 상호협력하며 균형 있게 견제하는 동반자 관계이다. 그러나 93년 제도전환 이후 외형상으로만 분리되었을 뿐 내부적으로는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소홀한 왜곡된 관계를 지속해 왔다.
미성숙 여건에서 무리하게 강행된 마주제 전환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유가, 아직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에 대한 핑계로는 부족하다. 이는 마주협회와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마사회는 왜 부조리한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였는가? 낙하산 출신의 경영진 뿐 아니라 직원출신의 경영진조차도 주어진 임기동안 소신껏 일하기 보다는 자신의 보신을 위해 경마가 말썽 없이 속개되기만을 바란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사적인 인연과 의식을 청산 못한 간부급 관리자들 역시 다르지 않다.
시행체인 마사회가 위의 단체와 동반자적 상호 견제와 협력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고 왜곡된 관계구조를 안일하게 지속한다면 경마부정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경마의 구조적 한계이며, 경마부정 앞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부정경마에 대한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항상 되풀이 되어온 방지대책이 그 동안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자성아래서 실효 있는 근절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마사회는 부정사건에 대한 공식적 대 고객 사과를 중지해왔다. 분리된 단체의 독단적 책임이라는 구실로 시행체의 신뢰성 훼손을 우려한 그 동안의 뒷짐지기는 오히려 부정의 악순환을 방치해왔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마 시행체로서 부정경마 재발 방지를 위한 경마운영의 제도적 보완과 시행에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 악용의 소지가 있는 경주편성제도의 개선
* 답보하는 경주마 수급정책의 개선
* 허울뿐인 면허관리와 마사대부 운영의 개선
*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한 재결과 보안팀의 유기적 조직 구성 및 재결의 전문위원제 정착
* 실질적인 조교관찰 강화 등 경마부정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총체적인 대안들을 재검토하여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경마정보"에 대한 규정의 재정립 또한 필요하다. 금품을 대가로 한 독점적 제공은 부정행위임을 확실히 당사자들에게 주지시켜야 하며 설사 금품의 거래 없는 정보가 특정인에게만 제공되어 우승마 선정의 용도로 사용되었다면 이 또한 "공정하지 않은 경마"라는 현실인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마주들을 베팅의 황제로 등극 시켜주고 있는 경마일 조교사 접견권의 철폐와, 예상지 및 언론 기자들과의 개별적인 인터뷰제도를 참여 희망 고객들과 한자리에서 공개된 형식으로 개방해줄 것을 요구한다.
공정한 경마정보와 그렇지 않은 불공정한 경마정보간의 경계는 그 정보전달의 형식과 용도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다. 마필관계자와 경마 소비자 사이의 문호 개방만이 부정 경마를 막을 수 있는 대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끝으로, 기수협회와 조교사협회에 당부한다. 이제는, 경마시행제도의 개혁 때마다 이해관계만을 내세우기에 앞서 공정경마 구현을 위한 보다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주기 바라며 더 이상 경마부정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노력에 경주해 주기를 당부한다. 경마가 경마팬에게 사랑 받고 신뢰받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마의 시행이 전제되어야 함을, 부정의 온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환골탈태하기 위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명심해주기 바란다.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현 제도상의 문제점이 있다면,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제도적 절차의 병행과 함께.
200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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