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경마 중단 사태는 경마 유관 단체에 대한 교섭능력 부족에서 기인한 마사회의 경마시행 능력이 전무함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우리는 이번 분쟁의 본질을 마필관리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라는 제도 전환 당시의 약속이 원만히 이행되지 않음으로써 초래된 차등대우의 문제로 파악하며 약속 이행의 외면과 그로 인한 사태의 수습해결에 경마시행체인 마사회는 아무런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 결과로 규정한다.
한국마사회는 더 이상 경마시행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며, 위임받은 경마시행의 권한을 반환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져 온 독점적 경마 개최와 시행의 권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데 대해서 마사회는 그 책임을 감수해야만 한다. 조교사협회 노조의 임시총회 때문에 경주마 지원이 불가능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노조의 임시총회 개최 이유를 들여다 보면 저간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2000년 임금교섭을 위한 그간 10차례의 협상 끝에 지난 3.30일 체결한 노사간의 합의서 불이행이 원인이다. 마사회 경마 협력팀의 실질적 재가를 받아 작성한 조교사 협회와 노조간의 합의서에 대해 정부의 예산 미 승인이라는 이유로 약속을 파기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아니다. 약속 이행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한 지적이다. 지난 4월16일 마사회 직원에게만 지급한 37억원의 "매출 3조원 돌파 격려금" 지급 사건만 보더라도 그 의도가 자명해 진다. 이번 사태에서 여실히 증명되었듯이, 경마 창출의 동반자로서 경마 시행에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마필 관리사가 격려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필관리사들은, 격려금을 지급받은 마사회 소속 직원 보다 자신들이 일을 덜했고 역할이 미미해서 격려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11시간 내외의 근무시간, 산업 재해율 경기도 1위, 전국 2위로 노동부가 지정한 "산업재해 특별관리 대상 사업장"에서 경주마의 조교와 사양을 관리하는 이들은 푸대접과 함께 박해를 받고 있다고 여긴다.
이번 사태를 설명하는 마사회의 공식입장에도 예산상의 부족이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한다. 그렇지만 격려금으로 37억원의 예산을 사용할 정도의 마사회가 이번 사태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그때그때 고비만 넘기면 된다는 사고방식의 역대 낙하산 고위 임원들의 성의없는 자세가 결국은 대폭발을 가져온 것이다.
지난 5월6일 마사회는 노조에 공문을 보내 이번의 임시총회가 탈법적 불법행위 임으로 경마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된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형사상 업무 방해죄로 고소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힌바 있다. 이들에 대한 오만과 독선도 이제는 중지되어야 한다.
마사회가 관리사 노조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탄압으로 이번 사태를 호도하려 한다면 경마팬들은 당연히 경마시행의 법적 책임을 위임받은 마사회에 경마 중단에 따른 책임 소재의 규명과 함께 민사상 손해 배상의 청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마사회 책임자의 성의있는 대고객 사과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경마팬을 고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오만의 반증이며 이후 유사사건의 재발에도 경마팬은 이번과 같이 볼모로 취급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동안 마사회의 제일 경영 방침이 고객 만족의 실현이었다는 구호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거대 공기업의 헛소리였음을 재확인한다.
판만 벌리면 제발로 찾아오는 경마팬들과, 내일 경마가 중단될 수 있다는 예고에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찾아오는 경마팬들과, 세계의 경마는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지 오래인데도 매출과 입장인원은 신기록을 돌파하는 우리 경마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경마시행체의 오만과 독선은 이제 고쳐져야 한다.
2000/0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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