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마장의 마필관리사들로 구성된 조교사협회 노조가 단체행동에 돌입해 갈수록 투쟁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마시행 여부와 경주질의 수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주마의 새벽훈련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16일의 발주 및 능력검사에 대하여 준법투쟁으로 이어진 노조의 부분파업은 20일부터 정시출근 및 퇴근으로 더욱 강도 높은 투쟁을 시작했으며 사태추이에 따라 다음 주부터는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분쟁의 근원은 9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인 마주제 전환을 앞두고 양측은 '제도전환 합의서'를 체결했는데 주요 내용의 골자는 마필관리사의 임금수준을 마사회 기능직 사원과 동일하게 시행한다는 것이었다. 마사회는 94년 8월 11일과 9월 15일 공문을 통해 확실한 약속의 입장을 표명했고 95년 6월 30일 마사회 승인하에 체결된 단체 교섭 합의서에도 노조요구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급기야 98년 3월 13일에는 조교사, 기수, 마필관리사에 대한 복지는 제도전환 합의에 의거 마사회 직원과 동일하게 실시한다는 각서까지 썼다.
하지만 이 약속은 7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았다는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또한 IMF 이후 노조와의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환원조치를 약속한 전임 마사회장의 임금 인상률 21.2%에 대한 공약을 현 회장이 추인하지 못하는 현실에 노조의 불만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한 마사회의 답변은 사업이익률 6%제고지침과 5%이내의 경상경비 편성지침으로 5.5% 수준의 인상에 그칠 수밖에 없어 요구조건 충족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만한 노사분규의 해결을 위해 경마상금 증액 방안을 마련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문광부에 이같은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문광부 담당 사무관은 접수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혼선을 빚고 있으며 또다른 쟁점으로 변질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분쟁의 본질을 마필관리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라는 제도 전환 당시의 약속이 원만히 이행되지 않음으로써 초래된 차등대우의 문제로 파악한다. 마사회 직원에 대한 급여, 복지 항목을 신설할 때 제도전환 당시의 약속에 입각한 관리사에 대한 배려가 없음으로 해서 분쟁이 발생했고 마사회의 재 약속이 남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결과로 이러한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7년간 반복해온 신의없는 마사회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관리사 노조의 이번 투쟁에 우리는 동조한다. 매출액이 3조를 넘어선 마당에 차가운 겨울 모래 주로 위에서 동료의 식어가는 몸을 부여 안고 산소호흡기조차 설치되지 않은 엠블런스에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던 관리사들의 아픔을 같이하며 열악한 근무조건에 경마고객들 또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우리는 경마산업의 이익금이 경마계로 재투자되어야 한다는 많은 경마인들의 바램을 다시한번 정부당국과 한국마사회에 촉구한다. 마사회의 감독관청인 문광부는 경마산업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한 정책을 반듯이 추진해야만 하며 마사회는 그동안의 불가논리와 능력 밖이라는 입장에서 탈피하여 전향적인 자세로 이의 관철에 온 역량을 집중해야만 한다.
다시한번 이번 분쟁의 관리사 노조의 입장에 동감하며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투쟁을 지지한다. 이번의 갈등이 아픈 기억으로만 남지 않고 우리경마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로 각인되길 기원한다.
2000/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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