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마공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기획예산처가 한국마사회에 대해 2000년까지 사업 이익률을 6%로 끌어올리라는 지침을 내린 이후 경마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고 이의 이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게 경마계의 중론이다.
우선, 실제 사업 이익률이 21.3%인 마사회는 한국전력 15.9%,포철 15.4%, 한국통신 7.3%에 비해 월등히 높다. 하지만 매출원가에 세금을 부과 당하는 마사회는 마권세 10%,교육세 5%,농특세 2%등, 제세금 17%를 이미 공제 당함으로써 사업 이익율은 4.3%에 불과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 어느 공기업보다 높은 사업 이익률을 23%까지 끌어올리라는 것으로 이는 기획 예산처가 제시한 타 공기업과 마사회의 사업 이익률에 대한 비교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둘째로, 현재 마사회는 정부의 승인아래 익산의 제2육성목장 건설,2005년까지 자급율 75%를 목표로 한 국산마 생산 및 육성 계획, 늘어나는 경마 고객을 위한 관람대 증축공사, 부산.경남 경마장 건설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지침대로라면 이 같은 사업과 계획은 중단할 수밖에 없어서 이는 경마계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것이다.
한편, 많은 경마 고객들도 이번의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사업 이익률의 달성은 매출의 증가 또는 마사회의 인건비, 경마상금, 경마시행에 필요한 비용 등 사업비와 일반 관리비를 줄여야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경마 매출액의 추이를 살펴볼 때 매출액의 대폭적인 증대는 어렵다. 그렇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경마고객들은 입을 모은다.
작년에 이어 흑자기업에 대한 제2의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고 나아가 경마 고객들에 대한 편익시설과 서비스가 감소 또는 질적인 저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환경에서 나름대로 레져 생활을 즐기는 경마 고객들은 매출액 대비 세계8위의 위상에 걸 맞는 편익은커녕 오히려 후퇴할 것이라고 보는 우려는 더 이상 기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정부에서도 경마장을 찾는 늘어난 가족단위의 경마 고객들을 아직도 도박꾼으로 단정하고 있는 근거이며 문화관광부 또한 농림부에서 마사회를 빼앗아 갈 때 내건 논리 - 건전 레져 스포츠 육성 - 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입장객 수가 1000만명 을 넘어서고, 3조 2000억원 의 매출로 매출액 대비 세계8위의 경마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출액 중에서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환급율은 최하위 수준이다. 94년 농특세 2%가 마권에 부과된데 이어 96년에는 2% 였던 교육세가 5%로 대폭 올라 마사회는 자체 수득율을 2%인하, 72%선을 지키고 있으나 낮은 환급율로 인한 경마고객들의 불만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고조되어 있었다.
관심 있는 경마고객들은 이번의 지침이 환급율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밝힌 마사회장의 2005년까지 국내산 경주마를 75%로 늘리고 외국산마는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여 경마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한 계획 또한 이번의 지침으로 추진 및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수입에 거의 의존하는 서울 경마공원의 경주마는 평균 도입 가격이 일본의 15만불, 홍콩의 4.5만불, 싱가포르의 2.3만불에 턱없이 떨어지는 0.15만불에 불과한 실정이다. 목장 한구석에서 불용 처리를 기다리던 망아지가 이 땅에선 경주마로 화려하게 데뷔하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육성된 국산마 보단 그래도 뛰어난 능력의 이 수입 마필들은 외국의 마필들과 비교할 때 약 10-12초 정도가 늦다. 따라서 1만 달러선의 경주마를 도입해서 레이스의 질을 높이려던 마사회의 계획 또한 중대한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됐다. 세계8위 수준의 질적 향상은 요원할뿐더러 그곳으로 가는 걸음마 조차 제지받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야기되어 나타날 대 고객 서비스 및 경주의 질적 수준 저하와 환급율의 인하로 인한 고객들의 피해를 외면한 이번 지침에 대한 정책당국의 소신 있는 철회와 함께 마사회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한다.
77년 동안 가꾸어온 많은 경마인의 땀과 함께 21세기를 선도할 레져 스포츠로서의 경마를 사랑하는 많은 가족단위의 경마 고객들은 이번 사태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 경마의 미래는 소수의 정책담당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경마를 바라보는 건전한 경마고객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져 가기 때문이다.
1999/11/14/(2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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