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의 내막을 찬찬히 들여다 보노라면 이 땅에 경마가 계속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개인적인 인연을 통한 치부의 목적으로 김형수기수 개인의 단독범행인 것으로 매듭지어지고 있는 경찰의 조사내용도 다른 관계자와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12마리가 뛴 해당경주의 복승식 마권 적중이 혼자의 힘으로 가능할까.
조사과정에서 흘러나온 일설에 의하면 김기수는 경주 전에 해당경주 출전 기수들에게 상대 마필의 컨디션을 탐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기수협회는 이미 오래 전에 게이트 출발 때까지 상대 마필의 컨디션은 물론이고 작전전개등에 관련한 일체의 대화를 금지하도록 자체 결의한 바 있다. 이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경주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도 동료들이 김기수의 부당한 행동을 제지하려 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경주결과가 말해 주듯이 김기수의 작전을 비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만 강하게 일고 있다. 인기순위 2,6,7위의 세 마리만을 조합하여 고액배당을 적중시켰다는 경찰의 발표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범행 용의자들은 해당경주 1, 2위마인 4번 "해피배블"(기수:김창옥, 단승 인기 6위, 17.7배)과 1번 "불루투스"(기수:김형수, 단승 인기 7위, 38.9배)의 복승식 마권에 80만원, 해당경주 7위마인 7번 "에모리"(기수:강태현, 단승 인기 2위, 2.9배)를 축으로 4번과 1번에 모두 140만원 등 총 220만원 어치의 마권을 구입했다.
경마장을 출입해본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인기 6, 7위의 두 마리에 주공을 펼쳤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경마경력이 일천한 용의자들이 어떻게 인기 6위인 4번마 해피배블에 가장 많은 금액을 베팅할 수 있었을까. 7번 "에모리"를 제외한 상위 인기마들을 모두 배제할 수 있었던 용기의 배후에는 또 어떤 정보가 있었던 것일까. 과연 해당 조교사와 마주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 어떻게든 꿰어 맞추려해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는 의문들을 속 시원히 풀어주지 못하는 마사회와 경찰의 조사내용은 차라리 민망스럽다. 마사회 스스로 사전 인지하여 부정행위를 적발했다는 쾌거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을 경계한다. 따라서 관련자를 포함한 사건의 전모 공개를 요구한다. 그런 의혹들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2002/0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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