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를 식혀주던 한 여름 야간 경마가 끝나는 마지막 날 과천 경마공원에서 네티즌 경마사랑 특별경주가 열렸다. 지난해 pc통신 경마동호회를 중심으로 네티즌盃를 만들어 자체 시상을 하던 것이 올해부터는 마사회가 자리를 마련해 주어 정식으로 시상대에서 행사를 가졌다.
이는 경마고객의 존재를 공식 인정했다는 긍정적 의미와 함께 경마소비자가 경마 제도권내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시행체의 획기적인 용단으로 평가받을만 하다. 그동안 경마장에서의 경마고객은 경영이념의 대상으로만 존재해왔다는 지적에 비추어보면 이번의 행사는 경마창출자인 기수에게 직접 상을 수여할 위치로까지 격상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주권차원에서 소비자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소비자인 고객이 "꾼"으로 불리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탐구노력의 정체(停滯)와 권익의 무관심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근래의 소비자 운동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정당한 언로(言路)를 찾아왔다.고객의 소리 엽서제도,고객모니터제도,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의견 전달등이 그것이다.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고객요구의 수렴의지로 나타나고 이번 행사처럼 적극적인 자리 마련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특별경주 창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에서는 이번의 특별경주가 왜 4군 부진마를 상대로 여타 특별경주 상금에 턱없이 모자라는 소규모 행사였느냐는 항의와 함께 이는 아직도 마사회가 경마고객을 대접하지 않는 증거라는 항변도 있었다.또한 구색 맞추기의 일회성 행사에 불과하다는 폄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갖는다.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고 했다.이번 행사를 계획하고 마무리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에서 후년에도 이런 행사가 이어질 것이며 다양한 형태의 고객 참여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참여가 늘고 권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뒤따라야만 할 일도 있다. 
21세기의 경마 관람문화 욕구가 20세기의 경마장에서 19세기의 경마감독관청과 18세기 경주마에 만족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미진한 부문 당사자들의 현실추구는 경마발전을 위한 당연한 임무이지만 거기에는 21세기형 경마관람문화 욕구에 어울리는 고객의 매너도 포함된다. 고객참여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지금,좀더 성숙된 관람자의 모습이 필요할 때이다. 보장된 익명성을 무기로 한 욕설과 비방, 황당한 인신공격, 대상을 불문한 언어폭력, 가 차명 도용으로 야기되는 명예훼손등이 아직도 만연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전체 경마 고객의 질적 수준을 동반 몰락 시키는 이런 모습들은 자제되어야만 한다.
한여름밤을 장식했던 야간 경마를 결산하는 지금, 네티즌 특별경주의 격상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지만 한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시상식에 자리한 네티즌 대표가 모든 네티즌과 경마고객을 포함하는 대표성을 가졌냐는 물음이다.
향후 행사에는 다양한 대표성을 가진 단체의 선정을 위해 무서운 기세로 자리잡아 가는 인터넷 경마 모임들도 포함하는 것을 고려해 봄 직하다 .아직 고객을 대표하겠다는 단체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시행체가 선정하는 고객의 대표가 전체 경마고객을 제어하고 이용하는 목적에 어용(御用)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정기준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확립되어야만 할 것이다.
2000/08/2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