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마사회 기자실을 폐쇄하라

(2001/06/13)

경주거리 1400M로 치러진 지난 6월 3일 제5경주를 경마예상지[명승부]는 엉뚱하게도 1200M경주라고 소개했다. 당연히 이를 토대로 거리를 계산하고 마권을 구매한 경마팬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대다수의 경마팬이 예상지가 제공하는 자료에 근거하여 경주를 추리하고 마권을 구입하는 현실에서 이는 명백한 과오이므로 [명승부]는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하며, 예상지를 관리감독하는 마사회의 적절한 제재와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많은 경마팬들의 입장이었다.

이같은 경마팬들의 목소리가 온라인의 경마사이트에 메아리쳤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오늘까지 [명승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마사회 또한 무대책이 상책이라는 오랜 신조를 앞세워 방관하고 있다.

한편, 이에 동조하는 경마언론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사건 발생 이후 다음 경마일인 지난 주 경마언론 어디에도 경마팬들의 정당한 주장은 보도되지 않았을뿐더러 4개 스포츠신문에는 같은 광고가 실렸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일간 스포츠의 경우에는 아예 인터넷페이지를 할애하여 [명승부] 선전에 열중했다.

기사의 채택여부는 그들의 고유권한이라지만 누구를 위한 언론인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없다.
한국경마언론이 경마고객의 권익과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난해 경마중단사태 이후에 다시한번 보여준 사례이다.

경마언론의 또 하나 부끄러운 자화상은 같은 날 기사제목을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 6월 9일 4개 스포츠지 경마관련 기사 제목>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스포츠투데이
지하주 기수 "요즘 절정기량 전성기"	지하주, 부상-슬럼프 딛고 급성장	"요즘만 같아라~ 지하주"	지하주 기수, 화끈한 경주스타일 기대
6월에는 복승보다 연승식을 노려라	마사회 분석 '6월엔 큰 베팅 자제'	"6월엔 저배당 안전베팅을"	고배당 실종…연승식 노려라
美최고기수 데이, 통산8000승 돌파	美 팻 데이 기수 8000승 위업	미 팻데이 8,000승 신고	팻 데이，사상 세번째 8000승
경마뉴스 혼전경주 연속 적중	본지 12개 경주 100% 적중 기록	'명승부' 토요경마 퍼펙트 적중	인기마 입상 행진속 복승식 225배 폭발

우리나라의 경마언론은 아직도 "발표저널리즘," "떼거리저널리즘"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기자실 제도에 익숙해짐에 따라 출입처의 공보담당자들이 갖다 주는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취재 관행 때문이다.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피곤하게 현장을 누비며 기사거리를 찾거나 취재하지 않아도 취재원들이 알아서 기자실로 보도자료를 가져오고 브리핑을 해주니까 편리하게 마련이다.

마사회 기자실 또한 효과적인 언론플레이의 창구로서 악용되어 왔다. 기자들이 취재원을 포섭하기 보다는, 기자들이 취재원들에게 포섭되어 마사회와 정부에 대한 감시기능에 소홀한 사례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기자실 제도는 보다 민주화되고 다양해지는 경마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기자실은 마사회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권위주의 시절에 유효하던 제도일 뿐이다. 당시는 경마고객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보다는 마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가 훨씬 더 중요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경마발전을 염원하는 경마고객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 양상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마사회의 정책결정만큼이나 그에 대한 경마고객의 여론과 반응도 중요하다. 경마관련 보도는 더 이상 마사회에서 획일적으로 제공하는 취재자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서있는 경마고객들의 반응과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응하는 비중으로 다루어야 한다.

정보화 시대에 경마 언론이 살아남는 길은 취재보도 기능을 십분 발휘해 부가가치가 높은 뉴스와 정보를 경마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자들이 적극적인 취재보도를 통해 창출하는 것이지, 마사회 홍보실의 공보담당자들이 가져다 주는 보도자료를 적당히 옮기는 것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자실에 붙박혀 있는 기자는 이제 필요가 없으며 마사회가 제시한 보도자료를 들고 경마고객들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넓은 취재영역을 가진 기자가 필요하다.

경마고객이 요구하는 질 높은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언론인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도 현행 기자실 제도는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지금과 같은 마사회 기자실을 그대로 두고는 절대로 경마개혁은 물론 언론개혁 또한 실현될 수 없다.

2001/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