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경마
경마가 휘청거리며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다. 시행체의 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일련의 사태들이 작금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도를 넘어섰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지난주,부적절한 경주전개로 인한 [자당]의 몰락. 3월 셋째 주, [장수]기승기수의 부상에 아랑곳하지 않은 경주강행. 3월 둘째 주, 경마팬이 납득 못한 재결의 강착으로 인한 순위변경. 2월말에 시작한 경마장 폭파 테러위협사건. 2월초,조교사의 마필관리사 구타사건.경주경마장 백지화.1월,영리한 [새강자]의 능력 불발휘로 인한 입상실패등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칭찬 받은 일이라고는 catv생중계가 유일한데 그나마 특혜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경마가 개인 마주제 이전으로 거꾸로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이는, 신임회장이 취임 5일 후 개인적인 용도로 '마사회장 판공비'를 사용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인기마의 몰락
1월의 [새강자]를 필두로 [무비동자]에 이어 [자당]까지 국산마 빅3의 몰락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말을 추리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기대하며 경마를 즐기는 다수의 선량한 경마팬들에게 경마의 예측 가능성을 흐리게 하고 경주에 대한 의구심을 높여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 "절대가 없는 승부의 세계"라고 치부하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게 경마팬들의 생각이다. [자당]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고, 그로 인한 반대급부의 개연성이 희박하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으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기승기수의 경주에 부정이 없고, 1등을 위한 나름대로의 작전실패였을 뿐이라면 재결의 처벌이 너무 가혹하다는 점이다.[자당]의 초반 힘 조절작전은 경주 전 이미 해당 조교사가 언급한 사실이고 기수가 이에 충실하면서 입상에 실패한 경주결과에 해당기수만 15일의 출주정지를 받는 것은 편파적이다. 해당 조교사는 29일,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음에도 기수에게만 떠 넘긴 이번 문책은 경마팬의 불만과 원성을 달래기 위한 입막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편안하게 정년을 보장하는 현행 조교사 면허제도와 마방 대부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책이 시급하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의 책임을 불문할 수밖에 없다면 작전권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개인사업자에 대한 우월적 지위 남용이라고 변명하지 말라. 그로 인해 피해보는 연인원 1300만명의 경마팬을 돌아볼 일이다.
휘청거리는 재결
그 동안 재결이 누구편이냐는 편파적 시비와 공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3월11일 제3경주. 2착으로 도착한 9번마 "황금나팔"이 10착으로 착순 변경된 경우는 가해마가 발주 후 약 200m 지점에서 내측으로 사행하여 4,6번마의 주행을 방해했다는게 재결의 판정이다. 납득할 수 없다는 경마팬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재결의 권한은 존중되어야 하며 판정에 따라 달라는 요지의 항변을 했다. 강착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가해마의 가해정도가 아니라 피해마의 피해정도가 착순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면 1월6일 제9경주를 보자.
당시 2착으로 도착한 5번마 "연승시대"는 결승선 전방 약150m 지점에서 내측사행으로 14번마"에루화"의 주행을 방해했다 해서 12착으로 착순 변경되었다. 이 경주의 녹화화면을 무심히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선행마 "에루화"가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4코너를 돌았으나 강한 상대인 "무비동자"에게 바로 선두를 내주었고 잇달아 덮쳐오는 상대들에게 잡히면서 발걸음이 무뎌진 상황이라는 점이다. 방해를 받은 150m전방에서는 이미 중위권 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때였다.
그렇다면 규정대로 피해마의 피해정도가 해당경주 착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가 관건인데 힘을 소진한 선행마 "에루화"가 방해와 관련하여 착순에 영향을 받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강착기준에 대한 막연한 설명보다는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강착사례의 기준정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례이다.
재결의 존재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경주도 많았다. '금빛축제'가 출주한 1월27일 8경주,1월28일 '승자승'이 뛴 2경주는 두 마필 모두가 탐색으로 일관하여 이를 지켜본 많은 경마팬과 전문가들을 분노하게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은 "모든 마필관계자가 경주에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어느 조교사나 마주가 우승상금을 마다하고 탐색만 하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훈련시키겠느냐"고 반문했다.
순진한 재결은 경마장에 상주하는 탐색, 승군회피, 3착승부의 존재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 쉽게 수긍하기 힘든 결정들은 이밖에도 많다.재결의 잣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경마팬들은 그들의 판정을 납득하지 못하는데 자신들을 믿고 따르라고만 한다.
재결의 권위
경마의 심판을 재결(Steward)라 칭하는 것은 중세 영국의 왕이 특정 주(州)또는 군(郡)을 감독하도록 스튜어드를 임명한데서 유래했다. 일반 스포츠의 심판 권한을 넘어선 사법 기능까지도 포함하는 경마의 재결 역할은 막강하며 그래서 책임 또한 막중하다.
재결의 권위는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권위의 인정은 재결의 요구사항이 될 수 없다. 일관성 있고 객관적인 판정과 운영으로 많은 경마관계자와 경마팬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먼저다.
재결의 신뢰를 회복하라
재결위원은 전문직이어야 한다. 경마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마박사가 위원이어야 한다. 입사 후 일정기간 순환 보직을 통해 경마를 섭렵하게 한 후 전문 재결위원으로 육성하는 아카데미 코스 설립이 필요하다.
재결의 독립이 필요하다
현재 업무이사 소속의 심판실을 별도의 재결이사 체제로 승격시키거나 홍보실과 유사하게 회장 직속의 기구로 독립시켜야 한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재결의 독립은 불필요한 외압을 막고 판정의 자율권을 보장한다. 지하 재결실로 걸려오는 모든 유선 전화는 경주발주부터 경주확정시까지 전면 차단되어야 한다.실례로 우리가 목격한바에 따르면, 후검량 관계로 경주확정이 지연되고 있던 상황에서 경마 관계자의 문의전화가 걸려오는 것을 보았다. 이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재결의 공정성에 대한 훼손으로 비쳐질 수 있다.
선진 경마시행체의 자문이 필요하다
10여년에 불과한 우리 경마재결의 역사는 선진 재결의 노하우를 습득해야 한다. 그 결과 얻을 수 있는 경마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전문성의 배양은 빠르고 다양할수록 유익할 것이다.
재결의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심의 대상이 되었던 모든 경주의 patrol 비디오를 공개해야 한다.주행방해 등에 의해 강착 실격 처리가 있었던 사안이 아닌 경우에도 어떠한 상황에서 심의가 되었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99년부터 시행하는 일본처럼 다음 경주의 경주로 입장이 끝난 후 장내방송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폐출혈 발생마에 한정되어 있는 장내방송공지를 모든 위반내용과 제재 및 조치내용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전에 요구한 폐출혈 발생마에 대한 즉각 공지를 재결이 수용한 것은 경주결과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음에 비추어볼 때, 위의 필요는 재결이 경마팬의 권익보호를 위해 가까이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한 노력이다.
신속하고 상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재결의 판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을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경마팬에게 직접 설명하라고 충고하지 않았던가.
재결에 대한 경마팬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할 당사자는 당연히 재결에 있다. 재결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경마팬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재결위원에 대한 재결은 경마팬의 몫이기 때문이다
2001/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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