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천 경마장에서는 연일 신기록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경주마들의 치열한 각축전에서 나온 주파신기록이 아니라 경마장 입장객 숫자와 마권판매액의 신기록 돌파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 일요일 경마에서는 또 하나의 신기록이 나왔다．
하루 마권판매액이 총 2백9억여원으로 지난 1일의 2백1억여원을 2주만에 뛰어넘었다． 이 날 마지막 경주는 판매액이 무려 3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또 지난 8일에는 모두 7만7백59명이 경 마장에 입장，입장인원 부문 최고기록이 세워졌다．
○과열조짐 우려
하루 7만명이 넘는 입장객수는 국내 스포츠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야구를 훨씬 능가한다． 일요일에 전국 4개 야구장에 서 열리는 프로야구는 전 구장의 입장객수를 모두 합해 평균 5만명 안팎이다．
프로야구와 경마의 입장객수를 서로 비교해 그 인기도를 가늠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을지 몰라도 이같은 수치는 국내 경 마가 이제 본격적인 대중화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경마가 끝나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차량들로 인해 남태령 등 주변 도로가 엄청난 체증을 겪는 모습에서도 경마열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달 부터는 경마장에서나 팔리던 경마예상지가 시내 중심가의 신문 가판대에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소수 「경마꾼」들의 「은밀한 도박장」으로 그늘속에 가려져 있던 국내 경마가 이처럼 바깥으로 노출돼 인기를 얻게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기에는 잘만 하면 큰 돈을 딸 수 있다는 도박의 원초적 매력과 시민들의 다양한 레저욕구 등이 복합적으 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들이다．
국내 경마인구는 국민소득이 높아진 9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경마가 대중적 인기를 누리며 성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주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들이어서 국민들의 레저욕구와 생활수준이 비례함을 반영하고 있다．
우승이 가능한 경주마들을 추리하고 마권을 구입，적중의 기쁨을 맛보는 경마의 특성이 현대 도시인들의 감각과 잘 맞아떨어진다 고 볼 수 있고 이를 입증하듯 20,30대 젊은 경마팬들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마열기는 건전한 레저로서가 아니라 투기로서 과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족과 함께 경마장을 찾아 하루를 즐기는 사람들이 입장객의 다수라지만 일확천금의 투기장으로 생각하고 거액을 거는 「꾼」들도 여전히 적지않다．
경마장은 근본적으로 한번에 거액의 돈을 딸 수도 있는 도박장이다．
도박의 속성상 돈을 잃은 사람들은 다시 경마장을 찾게 되고 더 큰 돈을 경마에 걸게 된다． 경마인구가 늘어날수록 장기 적으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확산될 것이 뻔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주 등 몇 개 도시에 지방경마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올 가을에는 사이클 경주를 벌이고 그 결과에 돈을 거는 경륜이 국내 처음 실시될 예정으로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건전정착 유도를
경마나 경륜이나 모두 정부의 공인아래 이뤄지고 있는 사실상의 도박사업이다．
현단계에서 정부가 해야 될 일은 경마가 안고 있는 사회적 폐해가 어떤 것이고 장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일이며 새 사업의 확대는 그 다음에 생각하더라도 늦지 않다． 아울러 현재 실시되고 있는 경마를 보다 건전하게 정착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만약 이같은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마장 가는 길」은 「투기장 가는 길」일 수밖에 없다．
홍찬식 문화부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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