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의 대중화를 목표로 시작된 유선방송의 경마중계를 악용해 수백억원대의 사설 경마를 벌여온 이른바 `유선방송 경마하우스'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최근 오피스텔 등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유선방송 경마하우스는 과거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 인근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소규모 사설 경마와는 달리 방송을 이용해 경마장 개설이 쉬운데다 적발도 어려운 형편이다.
◇ 신종 경마하우스 운영방식=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한국마사회의 경주가 시작되는 오전 11시 이전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전국 경마장 13곳의 경주가 모두 끝나는 오후 5시까지 경마를 진행한다. 주로 주택가 상가나 오피스텔 등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사무실이 경마하우스로 이용되고 있다.
경마하우스는 유선방송을 통해 경마가 시작되기 전 마권을 구입한 뒤 경기가 끝나면 배당률에 따라 배당금을 현금으로 즉석에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주마별 배당률은 인터넷으로 한국마사회 홈페이지에 접속해 확인한다.
특히 한국마사회가 경주당 베팅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과는 달리 경마하우스에서는 베팅이 무제한으로 허용된다. 또 우승마를 맞히지 못했을 때도 건 돈의 10~15%를 돌려줘 일확천금을 노리는 고객들을 계속 끌어모은다.
이곳의 고객은 주로 경마장에서 크게 돈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의 평균 베팅액은 일인당 300만~400만원에 이르며 많게는 1천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마하우스에서는 돈이 필요한 마권구매자들에게는 즉석에서 고리사채를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지검 강력부(부장 김규헌)는 21일 이런 형태의 경마하우스를 운영해 수백억원의 마권을 팔아온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로 정아무개(45)씨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마권을 구매해온 김아무개(37)씨 등 24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달아난 주아무개(34)씨를 수배했다.
정씨 등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논현동 한 상가건물에 텔레비전 2대, 유선방송 수신장비 2대, 컴퓨터 1대 등 경마 시청장비와 감시카메라 등을 설치해 놓고 50여명을 끌어모아 80억원대의 사설 경마를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적발된 두 조직은 불과 7개월 만에 배당금이 290억원대에 달했고 이들이 얻은 순이익만도 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 폭력조직 연계 가능성=검찰은 이번에 적발된 사설경마조직 가운에 한 곳의 총책이 서울 신림동 폭력조직의 자금줄이었다는 점에 주목해 경마하우스가 폭력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수사중이다.
검찰은 사설 경마로 흘러드는 자금이 5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는 한편, 조직폭력배들이 단기간에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경마 중계방송을 이용해 어디서나 손쉽게 사설 경마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런 범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현재 서울에만 10여개의 경마하우스가 활동하는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앞으로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방침”이라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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