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2000년 7월호
[卷末부록] 말과 인간이 어우러진 競馬場 드라마
鄭淳台 月刊朝鮮 편집위원
① 경마, 그 극락과 지옥
제3회 코리안 더비.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2000년 5월21일 오후 4시 정각. 發走機 (발주기)의 문이 열리면서 14필의 경주마들이 일제히 스타트 라인을 박차고 나갔다. 눈웃음(기수:배휴준)을 필두로 신제왕(기수 :김창옥), 솔마루(기수:김동철), 황금봉(기수:문정균)이 초반 선두권을 형성했다.
스타트 라인에서부터 기선을 잡는 경주마는 先行馬(선행마)라고 불린다. 경기 초반엔 2~4번째로 달리며 1착을 노리는 말들은 先入馬(선입마)라고 한다. 초반엔 도망치듯 달리다가 한번 추월당하기만 하면 쉽게 戰意(전의)를 상실하는 말은 逃走馬(도주마) 이다. 제3회 코리안 더비의 경주거리는 14 00m. 이런 단거리 경주라면 先行馬와 先入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피할 수 없는 先行 싸움. 솔마루가 走路(주 로) 외곽의 공간을 이용, 앞으로 빠지면서 선두로 나섰다. 530kg대의 육중한 거구에 서 뿜어져 나오는 솔마루의 先行力(선행력 )은 압권이었다. 솔마루는 6전 3승의 전적을 기록한 용맹한 말이다. 그러나 3코너로 접어들면서 강력한 우승마의 하나로 지목된 에스키모(마필 전적:6전 3승, 2착 2회, 기수:안병기)가 앞서 달리던 황금봉과 눈웃음을 제치며 솔마루의 선두를 위협했다. 그런데 웬일일까? 인기 순위 1~2위의 핵돌 풍(기수:박태종)과 큰바위(기수:이성일)는 좀처럼 先行 다툼의 대열에 끼어들지 못한다. 핵돌풍은 겨우 9~10번째로, 큰바위는 최하위로 처져있다.
4코너를 돌면서 판세가 묘하게 돌아간다. 선두를 달리던 솔마루가 중반 싸움의 오버 페이스로 발걸음이 무뎌졌다. 앞에서 레이스를 이끌던 말들 중에선 에스키모만이 추진력을 보이며 走路의 한복판을 독주한다. 레이스는 종반으로 치닫는다. 핵돌풍이 4코너 직선 走路에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막판 추격을 감행한다. 단심(기수:천창기) 또한 走路의 인코스에서 빠른 추격을 전개한다.
핵돌풍과 단심처럼 경기 초반엔 뒤따라가면서 힘을 비축하고 있다 가 막판 뒤집기를 잘하는 말을 追入馬(추입마)라고 부른다.
핵돌풍을 비롯한 追入馬들은 어느덧 에스키모를 바짝 뒤쫓으며 한무리로 뭉쳐 질주한다. 관람대의 팬들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에스키모! 힘내라』 『핵돌풍! 달려라 , 달려』라고 고함 친다. 열성팬들은 走路 펜스 가까이로 달려가면서 주먹을 휘두른다. 결승선 50m를 남겨놓은 지점에서 에스키모 , 핵돌풍, 단심의 싸움은 예상불허의 짜릿한 찰나의 연속이었다. 결승선 불과 몇 걸음 앞에서 에스키모가 뒷심 부족으로 주춤했다. 그 순간 핵돌풍이 생고무와 같은 탄력으로 골인했다.
 『핵돌풍! 핵돌풍! 핵돌풍!』 『박태종! 박 태종! 박태종!』이라는 연호와 허탈의 한숨 소리가 격렬하게 교차했다. 최후의 3파전에서 핵돌풍은 말목 길이의 차이로 단심과 에스키모를 앞지른 것이다. 경마장에서는 이를 「목差」(53~100cm)라고 한다. 2착과 3착은 불분명했다. 인간의 육상경기 같으면 누구의 가슴이 먼저 결승선에 닿았느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 나지만, 경마의 승부는 어느 말의 코가 먼저 결승선에 박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녹화 필름을 분석한 결과, 2위는 단심, 3위는 에스키모로 판정되었다.
2위와 3위는 「코차」(0.1~24cm )였다. 핵돌풍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큰바위는 「늦발주」를 한 데다가 특유의 追入力을 보이지 못하고 6위에 그쳐 그의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핵돌풍의 주파 기록은 1분28초2였다. 경마는 기록의 경기가 아니라 순위의 다툼이다 . 이런 점에서 제3회 코리안 더비는 잊을 수 없는 명승부였다.
경기도 과천 경마공원과 24개 場外지점에는 12만 명 이상의 경마 팬이 몰려들어 1분30초도 채 걸리지 않았던 이 명승부에 43억9천여만원이라는 큰 돈을 걸었다. 배당은 單勝式(단승식)이 2.3배, 複勝式(복승식)은 10.2배를 기록했다. 즉 핵돌풍이 1착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1만 원의 돈을 단승식 馬券(마권)에 건 팬이라면 2만3천원을 환급받았다. 그리고 핵돌풍과 단심 중 어느 말이 우승할지는 모르지만 , 1, 2착을 나눠가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복승식 마권에 1만원을 건 팬이라면 10만2천원을 환급받았다.
코리안 더비는 금년 상반기 제1의 大賞(대상) 경주였다. 올 대회 상금 규모는 1억6000만원이었다. 이 상금은 1착에서 5착까지의 말들에게 차등적으로 분배된다. 그러니까 1착 55%(8800만원), 2착 22%(3520만원) , 3착 11% (1760만원), 4착 7%(1120만원), 5착 5%(800만원)이었다. 물론 말에게는 돈 지갑이 없다. 着順(착순)상금은 馬主(마주 ), 調敎師(조교사), 騎手(기수)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가진다. 더비 경주라면 세계 어느 나라든 그 나라에서 태어난 최고 수준의 경주마가 출전하는 최고 권위의 경마 시합이다. 영국의 입섬 더비, 미국의 켄터키 더비, 일본의 재팬 더비가 모두 그러하다. 세 살짜리 수말과 암말에게만 출전 자격이 부여된다. 말에게 있어 3세라면 사람의 10代에 해당하는 청춘기이다.
따라서 더비에서 성적을 낸 말은 경주마로 서 장래가 밝게 마련이며, 은퇴한 이후에도 씨수말(종모마) 혹은 씨암말(종빈마)이 되어 안락한 노후가 보장된다. 현역 때 세계적 명성을 떨친 씨수말은 단 1회 교미에 의해 우리 돈으로 1억원을 벌어들인다. 말의 교미에 소요되는 시간은 불 과 15~30초로서 하루 수십 번의 교미도 가능하다. 이런 씨수말을 보유한 馬主는 돈방석에 앉게 된다.
일본의 馬主가 세계적 명마인 시가(Cigar) 를 우리 돈으로 250억원 상당을 주고 매입하겠다고 제의했던 것은 소문난 일이다. 시가의 미국인 馬主는 값도 값이지만, 「미국 의 자랑」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매각을 단호히 거절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만인 작년에 시가는 무정자의 수말이란 사실 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뉴스를 접한 일본 경마계에서는 엄청난 손해를 볼 뻔했던 헛 투자를 모면한 기쁨으로 만세 소리가 드높았다.
더비 경주의 유래
그렇다면 최고 권위의 경마대회를 왜 하필이면 더비라고 부르는 것일까? 영국의 백작 더비卿(경)이 창시했기 때문이다. 더비 卿은 1779년 자기 아내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3세의 암말만 출전하는 오크스 경주를 주최했다. 더비卿은 優勝馬(우승마) 브리짓트의 馬主이기도 했다. 브리짓트가 우승했던 그날 저녁파티에서 참석자들은 「여왕말」을 결정하는 오크스대회보다 더 흥미진진한 새로운 경주의 창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 결과 암말과 수말의 혼합 경주를 통해 최강의 말을 가리자는데 합의했다.
이 대목에서 새로운 경주의 명칭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에 대해 논란이 빚어졌다. 더비卿과 그의 라이벌인 찰스 벤리卿이 서로 자신의 이름을 딴 경주 명칭을 주장했다. 결국 동전 던지기에서 이긴 더비 卿의 이름을 따 더비 스테이크스(Derby Stakes)라고 명명되었다.
다음 해인 1780년 6월 입섬( Epsom) 경마장에서 시행된 제1회 대회에서 벤리 卿의 愛馬(애마) 다이오메드가 우승했다. 영국의 더비는 그후 한번도 빠짐없이 매년 런던 남쪽 27km 지점에 위치한 입섬 경마장에서 시행되어 왔다. 다만 2차 세계 대전 시기에만은 독일군의 공습을 피해 런던 북방 102km 지점의 뉴마킷 경마장으로 옮겨 개최되었다. 오늘날 더비는 경마 시행국들의 대표적 경주를 지칭하는 보통명사의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코리안 더비가 시행된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 경마의 시행체인 馬事會(마사회)는 경마를 산업화하고 경주마의 안정적 수급과 국적있는 경마를 시행한다는 목표 아래 1980년대 중반 이후 國內産馬(국내산마) 생산을 추진했다. 여기서 국내산마란 제주도 재래종인 조랑말이 아니라 全 세계적으로 경주마로 공인된 더러브렛(Thoroug h-bred)種으로서 국내에 수입된 암-수말 사이에서 태어난 子馬(자마:새끼)를 말한다. 더러브렛은 단어 자체의 뜻 풀이로는 「순수한 혈통」 쯤에 해당되지만, 실은 영국의 암말과 아라비아의 수말을 교배시켜 경주용으로 개량된 잡종이다. 속도가 매우 빠르고 스태미너도 강하다. 겉모습은 머리가 작으며, 몸체는 호리호리하고, 등이 짧으며, 가슴이 넓다.
성숙한 더러브렛의 평균 體高(체고)는 163cm, 체중은 450kg 정도이다. 마사회는 1990년대 이후 우수한 씨수말(종 모마)의 도입 및 제주 육성목장의 완공을 계기로 國産馬 생산과 육성 기반을 마련했 다. 마사회가 보유한 20필의 씨수말 가운데 最高價 말의 이름은 「라시거니」로서 10 억원짜리다. 라시거니 등이 씨를 뿌린 결과 , 현재 과천경마장에서 국내산 더러브렛이 580두로 늘어나 전체 마필 중 44%에 이르렀고, 올해 말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질적으로야 어떻든 양적인 면에서는 일정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러한 기반위에서 國內産 3세마의 더비 경주가 1998년에 창설되었다.
1999년 서울경마장(장외 마권 발매소 포함 )의 입장객수와 매출액은 1000만명과 3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랭킹 1위인 골프장 입장 객 수에 비하면 200만명이 적지만, 랭킹 3 위인 프로야구장의 입장객수를 200만명쯤 웃도는 규모이다. 그렇다면 경마는 어느덧 국민대중의 레저스포츠로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도 경마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아직까지 별로 좋지 않다.
『경마에 미쳐 패가망신했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마는 모르고 하면 패배한다. 경마에서 이긴다는 것은 『돈을 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돈을 잃어도 잃은 만큼은 즐겼다』는 기분이 들어야 경마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경마를 하려면 그 본질을 먼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경마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경마가 단순 한 경기라면 경마 팬은 그저 구경꾼일 뿐일 것이다. 또 우승마를 예상, 베팅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면 말들이 달릴 때의 그 숨막히는 긴장도, 우승마가 탄생했을 때의 그 폭발적인 환호도 없을 것이다. 경마는 관객, 기수, 말이 어우러져 승부하는 레저스 포츠이다. 관객 스스로가 추리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기대하며(책임도 지고) 즐길 때 비로소 경마에 참여하는 보람이 있는 것이다. 경마에서 돈을 따기는 어렵다. 경마에서 고 객에게 상금으로 환원되는 금액은 매출액의 72%에 불과하고 매출액의 나머지 28%는 세금이나 사회공익사업, 그리고 시행체인 마 사회의 운영비 등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해서 돈을 따는 확률 보다 10% 포인트쯤 낮다.
경마는 勝式(승식)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중인 승식에는 단승식, 연승식, 복승식, 쌍승식 등 네 가지.
거는 금액은 매 경주당 100원에서 10만원까지이다. 단승식은 1등 말만 적중시키는 승식이다. 연승식은 1, 2, 3등 내에 들어 올 말 가운데 하나를 적중시키는 승식으로 경마 초보자에게 인기가 있다.다만 배당률은 가장 적다.
복승식은 1등~2등 말을 순서에 관계없이 한 짝으로 적중시키는 것으로 과천 경마장에서 全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승식이다.
지난 5월에 부활된 쌍승식은 1등 말과 2등 말을 정확히 적중시키는 것으로 복승식에 비해 적중 확률이 2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승식이다. 물론 배당률은 가장 높다. 국내에선 쌍승식을 하루 12개 경주 가운데 3개 경주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서울(과천)경마장의 입장료는 800원. 경마 장에 들어가면 그날 벌어질 경주의 정보를 알려주는 출마표(경주프로그램)를 무료로 구할 수 있다. 출마표는 당일 출전하는 말 , 기수, 부담중량, 과거 기록 등을 경주별로 소개해 주는 계획표로서 경주에 대해 미리 분석할 수 있는 공식 자료이다. 출마표를 꼼꼼히 보면 정보 취득뿐만 아니라 그날 승부와 관련한 추리도 가능하다.
1. 과거의 경주 성적:순위, 경주 기록, 3퍼 롱(3F:결승선 직전 600m의 주파시간)기록
2. 경주말의 컨디션:경주말의 출전 간격 및 말 체중의 변화
3. 騎手와 경주말의 관계:해당 말의 騎乘( 기승) 경험 유무
4. 경주거리의 적합성 여부
5. 부담 중량의 적합성 여부:부담 중량의 변화에 민감한 말인지의 여부
6. 경주로 상태와 적응 능력:경주로의 含水率(함수율)에 따른 출전마별 경주 성적과 적응 능력
7. 경주 전개에 영향을 주는 요소:질주 습성, 상대마에 대한 과거 성적의 비교
출마표를 보는데 익숙하려면 적어도 몇 번은 경마장에 다녀야만 가능한 일이다. 경마 팬들은 경마장 안팎에서 판매되는 예상지에 의존, 베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요점 정리된 예상지는 30종에 달하나 경마장 구내에서 판매가 허가된 것은 17종이다. 값은 대개 2000원.
走路 상태는 着順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물기가 많은 走路에서 성적을 내는 말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말들도 있다. 부담 중량도 착순에 영향을 준다. 부담중량이란 경주시 말이 등에 지고 달려야 하는 중량으로서 기수의 체중, 騎乘 장구 등의 무게가 포함된다. 각 마필의 性別(성별)과 능력에 따라 부담중량이 가감된다. 出走馬들의 경주 능력을 비슷하게 함으로써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다. 예컨대 제3회 코리안 더비에 출전한 암말의 부담 중량은 55kg, 수말은 1kg이 많은 56 kg이었다. 다만 과거 전적이 가장 좋았던 핵돌풍만은 그 부담 중량이 57kg이었다. 부담 중량이 1kg 증가하면 2馬身(마신) 정도의 핸디캡을 먹는 셈이다. 1馬身은 2.4m인데, 경주마는 1초에 5~6馬身을 달린다.
과천경마장의 입장시간은 오전 9시30분 부터이다. 일부 경마팬들은 과거 재수가 좋았던 관전 장소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입장하자 마자 관람대로 질주하기도 한다. 하루 12개 경주가 시행되는데, 제1경주는 오전 11시에 개시된다. 마권은 매 경기 30분 전부터 발매된다.
마권을 사기 전에 말의 컨디션을 팬들에게 공개하는 豫示場(예시장)에 가야 할 필요가 있다. 出走馬는 경주 30분 전에 여기로 나와서 선을 보인다. 예시장에서는 우선 가까이 가서 관찰하는 것이 요령이다. 마체의 앞 체구와 뒤 체구의 발달 정도, 눈의 생기, 땀 흘리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암말이 땀에 흠뻑 젖어 있다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수말의 경우 복부와 다리 사이에 땀이 흐르고 있다면 좋지 않은 징조이다. 보행이 힘 차고 턱을 힘차게 당기는 말이 좋은 말이지만, 말에 따라서는 선천적으로 자기의 힘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말도 있다. 그래서 예상 전문가들은 말의 성격을 감안하여 숨어 있는 힘까지 살핀다.
마체의 뒷 몸집보다는 앞몸집이, 뒷다리보다는 앞다리 가 경주마의 능력에 관계가 많다고 한다. 앞몸집이 발달한 말은 가슴이 넓고 어깨와 관절 사이가 쭉 뻗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목을 잘 쓰는 말은 달릴 때 피로가 적고 자연스런 질주를 할 수 있다. 좋은 말은 날씬 한 느낌을 주며 피부가 얇아 혈관이 보이는 스마트한 목을 지니고 있다.
경마장에선 馬七騎三(마칠기삼)이라는 말이 통하고 있다. 승부의 결정 요소 가운데 말의 능력이 7할이고, 기수의 능력이 3할이라는 뜻이다. 기수를 평가할 때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은 역시 과거의 전적이다. 기수의 승률과 기수·말의 친숙 관계를 살피면 해당 경주에서 발휘될 기수의 능력을 대강 감 잡을 수 있다. 초심자 수준을 벗어난 경마 팬이라면 직전 경기에서 드러난 기수의 컨디션을 기억할 수 있다.
유연한 몸과 손목 의 기능이 좋은 기수를 주목해야 한다. 경마장에서도 「名將(명장) 밑에 弱卒(약졸 ) 없다」는 격언이 통하고 있다. 우수한 調敎師(조교사) 밑에 뛰어난 말이 나온다는 얘기이다. 조교사의 과거 수득 상금, 승률 , 전적 등을 살펴보면 조교사의 마필 관리 및 조교-관리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교사는 騎手에게 말의 컨디션 과 능력에 따른 작전을 지시한다.
그러니까 조교사는 야구팀이나 축구팀의 감독에 해당한다. 일반 운동경기의 감독은 사람만 지휘하지만, 경마의 조교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말까지 지도한다.
이제는 배당률을 게시하는 전광판을 관찰할 차례이다. 예상 배당률은 마권 발매 전산 시스템에 의해 발매 마감 전까지 30초 간격으로 계속 자동 표출된다. 배당률게시대를 이용하여 마권을 사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배당률에는 경마고객들의 다양한 추리와 정보가 응집되어 있어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고객이 그 말을 우승마 로 꼽고 있다는 증거이다.
반면 배당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그 말의 우승 확률이 낮음을 의미한다. 이런 말에게 베팅하면 어쩌다가 소위 「999」라는 고액 배당을 받는 수는 있으나 거기에 매달리면 파산하기 쉽다. 배당률이 最低圈(최저권 ) 3위 이내에 드는 말을 선택하는 것이 적중 확률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마권 구매표의 작성 방법은 관람대의 교육 담당 여직원들이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베팅 마감시간을 앞두고 관람대에는 온갖 루머가 난무한다. 「간다」(우승한다) 「안 간다」(우승을 안한다)라는 경마장 특유의 은어도 들려온다. 여기에 현혹되면 돈을 잃기 쉽다. 경마장에는 바람잡이가 적지 않다. 마권구매표는 마감 5분 전에 작성하 는 것이 좋다.
경마 초심자라도 경주의 진행 과정을 대충 알고 있어야 허둥대지 않게 된다.
1)發走(발주:스타트) 70분 전에 出走馬들은 裝鞍所(장안소)에 집결한다. 장안소에서 출주마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체중을 계량한다.
2)발주 50분 전에 騎手의 체중과 마필의 부담중량을 확인한다(前 검량).
3)발주 30분 전에 출주마들이 豫示場(예시장)에 나와 15분간 처음으로 일반 팬들에게 선을 보인다.
4)발주 30분 전부터 마권 발매가 시작된다 . 관람대 앞 전광판에 30초 간격으로 예상 배당률이 공개된다.
5)발주 12분 전에 기수와 마필이 競走路에서 준비운동을 한다. 이때도 騎手와 경주마의 컨디션을 살필 수 있다.
6) 본장과 지점의 마권발매기가 동시에 마감된다. 마감 즉시 배당률이 확정 게시된다.
7)배당률 확정 후 발주위원이 출발신호를 하면 레이스가 시작된다. 레이스 중 11대의 카메라가 경주의 이상 유무를 감시한다.
8)출주마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2~3분 후 고속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으로 着順, 着差를 심의, 판정한다. 판정 결과는 곧 전광판에 게시된다.
9)경주를 끝낸 기수와 출주마들은 3~4분 후 前 검량과 차이가 있는지 「後 검량」을 받는다.
10) 着順 확정 후 모든 발매 창구에서 적중 마권에 대해 환급금을 지급한다.
『한강물에 누가 빠져 죽었다고 한강을 욕합니까』 1995년 1월, 한 청년 장교가 백주에 은행 강도를 벌이다 검거된 뒤 『경마를 즐기다 생긴 빚을 갚기 위해서』라는 범행 동기를 털어놓아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범인 河중위는 육사 졸업 후 서울대 법대에 편입학하여 공부했으니까 우리 사회의 엘리트 청년이었다. 河중위 사건은 경마 중독의 위 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은 경마의 폐해를 도마 위에 올렸다.
서울대학 출신의 馬主인 朴貞烈(박정렬) 신한모방 사장은 「이 사건은 자제력을 잃은 한 젊은이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인데, 마치 경마가 선량한 사람의 신세를 망친 것으로 언론에 보도돼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내용의 반론을 기고, 중앙일보 1월15일자에 게재되었다.
이런 朴貞烈 사장을 지난 6월 3일 오후 과천경마장 관람대 건물 6층 馬主 전용 관람실에서 만났다.
『河중위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는 경마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갖고 경마를 매도한 것이라고 볼 수밖 에 없습니다. 河중위가 문제지, 왜 경마가 문젭니까? 예컨대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는 한강물에 누가 투신자살을 했다 칩시다. 그러면 그것이 한강 탓입니까? 경마는 도박의 속성도 가지고 있지만, 전부가 아닙니다 .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해 주고 한편으로는 국가 재정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숨구멍을 터주어야 합니다. 일본에선 재작년에 빠찡코 산업의 매출액이 일본 국내 승용차 판매액을 능가했 습니다. 일본 경찰은 빠찡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야쿠자의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했습니다. 빠찡코의 사회적 순기능을 인정했기 때문이지요』
이어지는 朴사장의 말이다.
『미국에서 명마 「세크리테리엇」이 3대 大賞경주를 휩쓸었을 때 시사주간지 타임은 6면에 걸쳐 특집기사를 싣고, 이례적으로 말을 표지인물(?)로 올렸습니다. 영국사람은 개선문상의 優勝馬를 「영웅」이라 부르고 大賞을 차지한 기수를 국가의 자랑으로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 2세는 대관식에서 영국 최고의 騎手였던 고든 리처드에게 작위를 부여했습니다. 런던타임스의 한 귀퉁이에도 경마로 가산을 탕진하고 자살한 사람에 관한 기사가 실리기도 합니다만 별로 이목을 끌지 못합니다. 이성을 가진 成人은 자기 행동에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입니다』
1998년 10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네 거리 강남센타빌딩 17층 서울자키클럽(馬主 들의 모임) 안에 「경마상담실」이란 문패 가 걸렸다. 경마에 중독되어 패가망신을 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다. 작년 77건이 접수되었는데, 올해는 5월 말 현재 벌써 63건으로 늘어났다. 경마 중독자들 중에는 3000만~4000만원 또는 2억~3억원을 잃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경마 중독자의 호소는 『경마로 全 재산을 잃고, 마누라에게 이혼을 당했다』 『월세 돈도 없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등
다양하다. 『경마로 빈털털이가 되었으니 일자리를 구해 달라』 『마지막으로 한 번만 경마에 베팅할 터이니 30만원만 빌려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자살하겠다』 『경마장을 폭파하겠다』 라고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李興標(이흥표 ) 상담실장은 『경마 중독이 家産 탕진, 가정 파탄뿐만 아니라 성격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32세의 李興標 상담실장은 고려대학에서 심리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상담 전문가로서 상담실 창설멤버이다.
치료를 위해선 경마를 끊겠다는 중독자 본인의 의지와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본전만 찾으면 언제든지 경마를 끊을 수 있다』거나 자신은 『결코 중독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 李실장은 『이런 분들 스스로는 어쩌다 한 번 실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깊은 경마 중독자』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경마를 끊을 마음을 갖도록 유도하고 , 때로는 직장도 알선해 준다. 자키클럽은 올해부터 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 자살을 시도하는 등 상태가 심각한 중독자들에게 무료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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