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국제경주분류위원회(ICSC)로부터 일본, 인도, 홍콩과 함께 2군 국가로 분류되는 아시아의 경마선진국이다

경주마 생산은 97년 기준으로 40두밖에 되지 않지만, 경주마의 수준이나 경마의 국제화 정도는 우리나라에 비해 많이 앞서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경마는 당시 말레이 반도를 점령하고 있던 영국인들에 의해 1842년에 시작되었다.
1880년대 들어서서 호주로부터 본격적으로 경주마를 수입하기 시작하였으며, 부키티마경마장이 1933년 개장하면서 본격적인 현대식 경마를 시행하게 되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의 경마는 영국식 경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초기부터 회원제클럽의 형태로 운영해 왔으나, 1960대에 이르러서는 회원이 아닌 일반인의 경마장 출입도 가능해졌다.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는 4개의 경마클럽과 4개의 경마장이 있다.
싱가포르에는 싱가포르터프클럽(Singapore Turf Club)이 있고, 말레이시아에는 페낭 페락 실롱거 터프클럽이 있으며, 각 클럽마다 1곳의 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이들 4개 경마클럽의 연합체적 성격을 띠는 말라얀경마협회(Malayan Racing Association)가 있다. 이 협회에서 경마 시행규정의 제정, 경마 관계자들의 면허업무, 재결 업무, 약물검사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마권발매 및 경마 이익금 배부를 위해 정부에서 설립한 토털리제이터위원회가 있다.

경마운영과 관련하여 특이한 점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엄연히 분리되어 있는 2개의 독립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경마시행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4개 경마클럽을 말라얀경마협회에서 통괄하고 있는 사실과 4개 경마장의 경마시행 일정이 서로 협의 하에 거의 중복됨 없이 순회경마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그 예다.
4곳의 경마장 중 1곳에서 경마가 개최되면 다른 3곳의 경마장은 자동적으로 장외발매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근의 홍콩과 마찬가지로 경주마 생산보다는 마권발매 측면이 발전해 있으며, 국제화가 매우 진전돼 상당수의 핵심 경마시행 인력(재결위원, 수의사 등)이 주로 유럽이나 호주 출신의 경마전문가들로 충원되어 있다.
기수의 경우는 최근 문호가 크게 개방되어 호주, 뉴질랜드, 일본, 홍콩, 남아공, 북미 및 유럽의 기수들이 클럽에서 제시하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기승할 수 있다.
외국기수들의 진출도 상당하지만, 조교사의 경우에는 상금 규모가 큰 싱가포르에서 최고 상금수득 랭킹 5위까지의 조교사가 모두 호주 등 외국 출신이다.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4곳 경마장 중에서 경마일수나 경마의 수준, 시장 규모가 가장 앞선 곳은 단연 싱가포르다.
싱가포르터프클럽은 최근 과거 60년 이상 운영해 오던 부키티마경마장에서 시 외곽에 위치한 크란지(Kranji)로 경마장을 이전하였다.
이 클럽은 경마장 이전을 기념하기 위하여 2000년 3월 제27회 아시아경마회의를 유치해 놓은 상태이고, 이와 동시에 총상금 190만달러(약 23억원)에 이르는 국제경주도 계획하고 있다.

국제경주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마장의 시설 수준이나 상금 규모뿐 아니라 국제경마계로부터 인정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외국의 우수한 출주마를 섭외해야 하는점 등을 감안할 때 싱가포르터프클럽에서 자국 경마의 국제화를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외에도 경마일수를 연간 85일로 대폭 확대하고 야간경마를 새로이 도입할 방침이며,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서호주터프클럽(Western Australian Turf Club)과는 상호 경주 동시중계까지 실시할 계획을 세우는 등 자국 경마의 국제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