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점차 둔화되어 가고 있지만, 세계경제의 요충지로서 싱가포르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터프클럽(STC)은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화를 향해 내딛는 첫 발이 바로 대망의 2000년 3월에 개최될 예정인 ‘제27회 아시아경마회의(ARC)’와 ‘싱가포르 인터내셔널컵’, 그리고 ‘크란지 경마장의 개장’에 맞춘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향한(Towards the new millennium)’계획이다.

싱가포르 경마는 영국의 지배 하인 1843년에 처음 개최되어 올해로 1백57년이나 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그후 1864년에 페낭터프클럽을 비롯해 몇 개의 클럽과 함께 경마규칙 등의 통일을 도모하며, 현재의 말라얀경마협회(MRA)를 창설했다.
1963년에 싱가포르가 독립국이 된 후에도 경마만은 공동으로 개최해 말도 사람도 국경이 없이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단, 마권발매(토털이제이터)만은 각 나라가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시내 중심부에서 약 20㎞ 떨어진 곳에 새 경마장을 건설한다.
교통이 편리한 크란지가 바로 그 곳. 신흥주택지와 쇼핑센터, 각종 오락시설이 주변에 인접해 있는 이곳을 경마장 후보지로 선정한 싱가포르 경마 당국은 처칠타운과 렉싱톤경마장을 디자인했던 미국의 세계적 컨설턴트팀에 설계를 의뢰했다.

디자인 테마는 ‘열대풍의 남국적인 경마’ ‘녹음 가득한 정원’의 싱가포르 자체를 이미지화하고, 화려한 기수복색에서 영감을 얻어 경마장 전체에 ‘카니발’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 경마장 인근에 고속도로가 지나고, 고속전철로도 아주 짧은 시간에 갈 수 있으며 역에서 내리면 바로 경마장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보면서 지붕이 이어진 통로를 지나 경마장 안으로 들어간다.

크란지경마장은 4층 건물에 3만명을 수용하는 관람대를 갖추고, 말이 달리는 이미지와 날씨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지붕의 특색을 갖고 있다.
주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면이 원주형 유리로 된 관람석은 1 2층은 일반석, 3층은 마주와 클럽회원용, 4층은 기업에 임대하는 단체룸으로 되어 있다.

한편 가장 중요한 마사와 마방은 총 1천두 수용규모로 좁은 땅을 감안, 2층으로 된 마방이 760개, 1층이 240마방이다. 마사와 마사 사이에는 큰 공간을 두고 모래돌과 연습용 머신을 설치해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도록 했으며, 경마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놓았다.

특히 주로 메인코스는 모래를 기본으로 한 트랙이지만, 경주로용 잔디가 표면에 그물처럼 깔려 있다. 이것은 과거 여러 해에 걸쳐 연구된 특별한 잔디로 내구성이 강하고 특히 비에 강한 잔디라고 한다.
경주로는 일주 2천m에 너비 31m의 대형 코스다.
조교주로는 3면으로, 원형은 1천5백×25m와 1천3백30×20m에 1천×10m의 직선 조교주로와 주로 내에 지하마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퍼레이드팀’이라 불리는 예시장은 아름답게 디자인된 정원 같다.

싱가포르 터프 클럽은 이런 멋진 경마장의 건설과 함께 세계화를 위한 국제경주를 창설했다.
오는 3월 4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인터내셔널컵(Singapore Airline International Cup)이 그것으로 총상금이 3백만싱가포르달러(약 21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조건은 3세 이상, 거리 2천m로 잔디주로에서 16두가 달린다. 3차의 출마등록과 2천5백75싱가포르달러(약 180만원)의 등록료를 낸다.
외국 초대마는 6두이며 부담중량은 3세 남반구 말은 52.5㎏, 북반구 말은 50.5㎏, 4세 이상은 57㎏이다.암말은 1.5㎏ 가볍다.
1착 상금은 총상금의 60%인 1백80만싱가포르달러이며, 특히 참가 마주 조교사 기수의 부부 초청경비(항공 숙박비)와 말과 관리사(2명)의 경비를 싱가포르 터프클럽에서 지원한다.
이번 국제경주는 싱가포르 항공이 3년간 스폰서로 계약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세계 100개의 지점을 통해 이 싱가포르 국제컵을 홍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편 아시아 경마축제인 ARC가 오는 3월 4일 크란지경마장의 싱가포르국제경주를 시작으로 3월 10일까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터프클럽 주최로 개최된다.
양국은 1961년 제2회 ARC를 비롯해 1970년의 9회, 1987년의 19회, 금년 27회까지 총 4회의 ARC를 유치하고 있다.
우리도 1980년 제15회를 개최하였지만, 특히 새천년을 여는 2000년에 ARC를 개최하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세계로’라는 국제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싱가포르경마가 새천년을 향해 나아가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것은 우리 경마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 그들은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로에 있으며, 싱가폴리안은 세계를 향한 오픈마인드를 갖고, 자율시장주의를 취하면서 내일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