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마산업 현황

세계의 경마는 크게 4개의 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마의 전통을 중시하는 유럽경마(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등), 대중성과 스포츠성이 강조되는 미국경마, 마필생산을 비롯한 마필관련 산업이 자국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오세아니아경마(호주, 뉴질랜드), 마필생산보다는 베팅과 오락으로서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중요시되어온 아시아경마(일본, 홍콩, 한국 등)가 그것들이다.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경마의 전통과 역사에다 대중성과 스포츠성을 적절히 배합시켜 굳건한 하나의 산업으로서의 기반을 갖추고 있는 미국이 가장 앞서 있는 경마선진국이라 생각한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중레저로 각광받았던 경마가 80년대 후반 이래 각종 경쟁산업의 출현으로 입지가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카지노를 비롯한 경마와 경쟁관계에 있는 내기산업의 성장, 프로야구, 프로농구 등 각종 프로스포츠의 발전 등으로 미국에서 경마가 상대적인 침체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교차투표의 활발한 보급으로 미국에서 경마산업 전반이 정체상태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교차투표(사이멀캐스팅:Simulcasting)의 개념

미국에서 교차투표를 의미하는 사이멀캐스팅은 승마투표를 목적으로 실제 경마를 시행하는 경마장의 경주실황을 인공위성 등을 통해 발매나 환급금 지급 등의 승마투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각종 장외발매시설에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장외발매시설은 실제 경마가 시행되는 경마장과 중계계약을 맺어 총 발매금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제공하고 경주실황을 모니터로 중계하면서 마권을 발매한다.
이러한 사이멀 캐스팅이 모든 주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정부는 경마시행을 간섭하지 않으며 미국에서의 경마는 주별로 주법에 근거하여 시행된다.

그러므로 미국의 어떤 주에서 사이멀캐스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법에서 사이멀캐스팅이 허용되어야 하며 동시에 각주의 경마감독기관인 주경마위원회(Racing Commission 혹은 Racing Board)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한다.

사이멀캐스팅이 가능한 장외투표시설

사이멀캐스팅이 가능한 장외투표시설로는 먼저 실제 경마를 시행하는 경마장 소유의 장외발매소와 경마시행과는 무관한 독립적인 장외발매소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 경마가 개최되는 타경마장으로부터 경주실황을 중계받아 마권을 발매하는 경마 미시행 경마장이 있고 각 주정부가 운영하는 장외발매소도 있다. 이외에도 카지노·경견장·레이스 스포츠북에서도 사이멀캐스팅을 통한 마권발매가 이루어 지고 있다. 레이스 스포츠북은 스포츠에 대한 베팅이 합법적인 네바다주와 오리건주에 있는 종합적 베팅시설로, 여기서는 각종 경주(경마·경견·마차경주 등) 및 스포츠경기(주로 미식축구)에 대한 베팅이 가능하다.

사이멀캐스팅의 종류

미국에서 시행되는 사이멀캐스팅은 크게 주내(州內) 사이멀캐스팅과 주간(州間) 사이멀캐스팅으로 구분된다. 주내 사이멀캐스팅은 실제 경마가 시행되는 경마장과 그 경마장이 소재하고 있는 주내의 각종 장외발매시설 간에 이루어지는 동시 실황중계를 의미한다.

경마시행 경마장과 타경마장간의 사이멀캐스팅을 특히 경마장간 사이멀캐스팅이라 하는데 경마를 시행하면서 경주 중간중간에 타경마장의 경주를 실황중계하는 경우가 있고 경마 미시행 시즌에 타경마장의 경주를 중계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경마를 더이상 시행하지 않는 경마장이 완전히 장외발매소화하여 타경마장의 경주 중계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주내 사이멀캐스팅은 주법에 근거하여 시행되는데 미국내에 약 30개주에서 허용하고 있다. 중계수수료는 주법에 의하여 일정률로 정해져 있는데 대략 마권매출 총액의 2∼5% 정도를 경마시행 본장에 지불한다.
주간 사이멀캐스팅은 실제 경마가 시행되는 경마장과 그 경마장이 소재하고 있는 주 밖에 있는 각종 장외발매시설간에 이루어지는 동시실황중계를 의미한다.
주간 사이멀캐스팅도 주법에 근거하여 시행되며 미국내 약 40개 주에서 허용하고 있다.

주간 사이멀캐스팅의 중계 수수료는 주간 사이멀캐스팅과는 달리 주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경마시행 경마장과 중계를 받는 장외발매시설 간의 계약에 의해 결정되는데 대략 마권매출 총액의 3∼4% 수준에서 결정된다.

사이멀캐스팅의 의의

80년대 후반 이후 경마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마권매출 및 경마상금이 최근 소폭으로나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주로 사이멀캐스팅의 활성화에 의한 장외매출 증가에 기인한다
90년대 들어 미국내 총출주두수, 총경주수, 마필생산두수 등이 감소하면서 경마를 시행하는 본장에서의 매출액은 전반적으로 감소추세에 있으나 각종 사이멀캐스팅에 의한 장외매출증가가 본장 매출감소 부분을 상쇄하고 남아 마권매출 총액은 소폭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이멀캐스팅의 한계

사이멀캐스팅의 확산이 침체된 미국 경마계에 새로운 가능성과 활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기에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마의 직접적인 시행과 관련이 없는 장외발매시설(카지노, 독립적인 장외발매소,레이스 스포츠북, 경견장 등)에서의 사이멀캐스팅을 통한 매출증가는 경주시행 경마장에서의 매출증 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경마상금 증대에 기여하는 바가 미미하여 경마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주를 직접 시행하는 경마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상당부분 경마상금으로 재투자되어 경마산업의 발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만, 경주시행과 관련이 없는 장외발매소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대부분은 경마상금으로 재투자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미국에서의 경마도 고객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고객의 경마 접근을 용이하게 해주는 사이멀캐스팅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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