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마계의 최대 축제인 제27회 ARC(아시아 경마회의)가 10일 폐막됐다.
7일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페낭을 오가며 열린 이번 ARC엔 한국과 싱가포르, 뉴질랜드, 호주, 일본 등 14개국의 경마지도자와 마주 등 6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졌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거리엔 ARC현수막이 물결을 이뤘고 공항직원을 물론 시민들까지 각국의 참가자들에게 `VIP대접'을 하며 환영했다.
국제 경주엔 프랑스, 호주, 홍콩 등의 대표자들이 출전해 명승부를 연출하고 싱가포르 대통령이 나와 시상을 하는 등 경마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했다.
참가자들은 국제교류, 경주편성, 전산, 수의 등 분야와 세미나를 갖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새로운 경마를 설계했다.
한국은 세미나에서 발표할때마다 각국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마권발매 및 배당률 산출, 전산프로그램의 독자개발에 나섰다고 발표해 10∼30년전에 개발한 구형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해외 경마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들은 그러나 사교모임에선 애석하게도 열등감에 사로잡혀 풀죽은 모습이 돼야 했다.경마수준이 워낙 뒤져 대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주마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쥐구멍을 찾아야 했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마공'들로 경마를 치르는 그들앞에서 국제말사장에서 가장 싸구려인 300만∼400만원짜리 말만을 사다 경마를 여는 것이 현실이니 기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외국의 경주마들은 2000m를 1분50초대에 주파, 국내 경주마들이 1800m를 달리는 시간과 맞먹는다. 게다가 외국에선 잔디 트랙에서 경주를 치러 박진감을 극대화시키고 있으나 한국은 모래트랙에서 말들이 먼지를 휘날이며 달리는 시시한 경주를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ARC개최제의를 계속 받으면서도 번번이 연기 신청을 해오고 있는 상태다. 한국대표단은 국가적으로 모든 면에서 선진대열에 진입하고 있으면서도 유독 경마만 미개한 현실을 개탄했다.
마주들은 이런 행사를 정부 관계자들이 보아야 하는데 국제무대에서 한국경마의 위치를 도외시 한채 탁상행정을 펼치는 정부를 야속해 했다.
[싱가포르＝이규승 기자 hor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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