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추진해 당초 오는 10월 개국을 목표로 했던 '농업방송'출범이 연내 설립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장기 표류하고 있다.
농림부 주도의 한국농업방송,민간이 중심이 된 농어민디지털위성방송,ABS농어민 방송 등 3개 법인은 농업방송을위해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에 채널 임차신청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15일 1차 심사에서 선정이 보류됐다.이후 3개 법인은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키로하고 협상에 들어갔지만 서로 과반이 넘는 지분을 차지하겠다고 맞서는 바람에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농민을 위한 농업방송
농업방송은 1000만 농민의 숙원이었다고 농림부는 강변하지만 방송국 설립 추진과정 곳곳에서 무리수가 드러나고 있다. KDB에 따르면 이미 2곳의 민간사업자가 농업전문방송사업 신청서를 내놓았다.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지난해부터 우리에게 농업방송을 해보라고 수 차례에 걸쳐 제안하고 자문해 준 농림부 때문에 수 십억 원을 들여 방송장비를 사놓고 신청서를 냈지만 갑자기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고 경쟁에 뛰어드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며 분노했다.
농정 실패를 호도하고 퇴임하는 농림부 간부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관료의식의 발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농업방송 설립을 위해 기획예산처에 신청한 87억 원의 예산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정부예산을 받아내지 못하자 산하기관을 동원해 준비금을 마련하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위성방송사업이 농민을 위하는 공공사업이라면 사업비의 상당부분은 정부예산에서 출연해야 한다.같은 정부기관을 설득하지 못하는 처지에 어떻게 국민에게 이해를 구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농업방송은 시청자가 제한되어 있고 수익성이 없어 영구 적자사업이 될게 뻔하다.문화관광부가 설립한 스포츠TV의 경우 매년 큰 적자에 시달리다 결국 한 민영방송에 팔린 바 있다.경쟁력 없는 공기업 자회사를 구태여 만들어 산하기관의 부실을 늘리는 것은 불필요한 공공부문 사업을 퇴출하는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도 역행하는 졸속정책이다
마사회는 봉인가
마사회는 지난 99년 자본금을 완전 잠식당하고 일천 억원대의 적자에 시달리던 YTN방송을 돈으로 구제한 전력을 바탕으로 이번 농업방송 설립에 필요한 초기투자금액 140억원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70억원을 출연했다. 마사회를 문광부에서 넘겨받자마자 서두르는 것이 농업방송이다.마사회를 끌어들이기 위해 농림부는 농업방송에 경마중계를 허용해 준 것이다.중계를 목적으로 돈을 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마사회는 70억 원을 회계상 ‘기부금’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을 못 낼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출연한 돈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KAB는 농림부가 주도하는데다 재단법인 형태여서 출연금에 비례하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사업예산의 승인과 감사를 농림부에 받도록 되어있는 상황에서 출연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으며 할당비율은 농림부가 내려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적자운영이 불가피한 농업방송의 연간 90억여원에 이르는 운영비용의 충당이 매년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조달계획안까지 나와있는 상태다. 그 돈은 매출액이 세계 8위권임에도 바닥에 신문지깔고 앉아 세계 최악의 저급마를 상대로 경마를 즐겨야만 하는 이 땅의 경마팬 주머니에서 각출되는 혈세다.열악한 경마환경에 재투자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곳에 낭비되는 것이다.
축산진흥발전을 위한 마사회법에 합당하다 변명하지 말 일이다. 80여년간 마사회 이익금의 절반을 가져간 천문학적인 축산진흥발전기금이 부족해 축산농가가 신음하고 있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참고로 지난해 마사회가 납부한 축산발전기금은 938억원이며 농어촌 장학사업 및 농어촌 사회복지 증진사업비는 246억원으로 합하면 일천 억원이 넘는다.
농업방송 추진을 중단하라
우리는 농림부의 농업방송 설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 방송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관리 감독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는 길이며 방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농림부 고위 관리들이 농정 실패의 비판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고 퇴임 후 자리를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이번 일을 추진한다고 확신한다. 전근대적인 관료의식의 발현(發現)을 경계하며 철회를 요구한다.
마사회를 산하기관으로 끌어안기에 성공한 농림부에 경고한다. 마사회는 더 이상 정부기관의 사금고가 아니어야 한다. 80여년 동안 만만한 제세원으로 농락당한 경마산업은 감독관청의 편향적 정치논리와 시각 덕분에 헤아릴 수 없는 피해자를 양산해왔다.살인적인 공제율과 경마산업으로 환류되지 않은 이익금의 징발이 그 주범이었다. 이를 개선하고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때다. 마사회법에 명시한 대로 마사(馬事) 진흥과 축산발전 및 공정경마의 시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마사회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부처의 본연의 임무임을 자각하기 바란다.
2001/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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