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군대의 구타도 없어졌다는 세상에, 그것도 백주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조교사가 기수를 때려 머리를 부숴 놨다는 제보는 선뜻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피해자는 병원에 누워 있으며 상태가 간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유여하를 떠나 이번 사태의 핵심이 아니라고 본다. 기수는 때려도 된다고 알고 있었고 이미 몸에 배어 있었다. 그 동안 내재해 온 기수와 조교사간의 부조리한 관계에서 비롯된 탓이었다. 지난달에도 기수 폭행사건이 있었다니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비일비재할 게다.
소속 조 관리마의 기승 기수 선정권을 마주로부터 대부분 위임받은 조교사들은 이를 무기로 기수에게 군림해왔다.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따라서 자신들의 밥줄을 쥐고 있는 조교사와는 상하의 굴복적인 관계였던 것이다.
이제는 관계 재정립이 필요할 때다. 한솥밥을 먹는 경마창출자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홀했던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고 이를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 간과해선 안될 것이 위상은 스스로 세운다는 점이다. 기수 스스로 외면한 권리는 아무도 찾아주지 않으며 기본권리조차 보유하지 못한 그들을 경마팬이 신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계속 감수할 계획이라면, 한집안의 가장이 직장에선 개만도 못한 대접에 만족할 작정이라면 몰라도.
새로 출범한 기수협회 2기 집행부에게 이번 사태는 중대한 시련이 아니라 기회일 수 있다. 공정하지 않은 지시를 아예 할 수 없도록 하는 근본적인 치유책 못지 않게 지시를 거절할 수 있는 당당한 기수의 위상 정립이 공정경마의 근간이다.
조교사앞에만 서면 한없이 약해지는 기수들이 사태 해결에 힘겨워한다면 마사회가 나설일이다. 마사회 영토에 핏자국이 물들어도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재정위원회를 통한 책임을 묻고 그럼으로써 공정경마의 시행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바른 수순이다.
훗날, 이번 사태가 기수협회 독립의 실질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내려지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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