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로 끝나는 경마 생중계 재계약이 불투명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 2년만에 막을 내릴 것이라는 소식이다. 게다가 다른 케이블 방송사에 대한 선정 교섭도 진행되지 않고 있어 방송 종영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케이블채널 리빙TV와 계약을 맺고 지난 2001년 2월 3일부터 시작한 생중계는 경마의 이미지 제고와 전국화를 통한 대중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간적 제약의 극복과 원격지 경마팬에게 편의를 제공한 생중계는 노숙자 대기소를 연상시킨다는 본장과 각 지점 경마팬의 환경공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경마의 부정적인 인식을 타파할 수 있는 순기능 홍보에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물론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우려와 함께 업체 선정과 관련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빛 이 바래기도 했지만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많다는 칭찬이 지배적이었다.
생중계 계약 만료를 앞둔 마사회의 표정은 삼킬 수도 그렇다고 뱉을 수도 없는 닭갈비(鷄肋)를 쥔 모습이다.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 폐지 움직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경마장이나 지점을 찾지 않아도 실시간 화면을 볼 수 있다는 편리함과 마사회의 확정 배당률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환급률 때문에 사설경마가 성행하고 그로 인해 최근의 경마 매출액의 감소를 불러왔다는 자체 평가가 첫 번째 이유다. 불법 사설 경마의 폐해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 생중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되었듯이 리빙TV측과의 계약에 이용호게이트의 의혹이 연루되면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 마사회의 입지를 좁힌 결과인 듯하다.
그렇지만 생중계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은 "구더기 무서워서 담아놓은 장독마저 깨 버리자"는 식의 발상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낮은 환급률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의성이 맞대기가 성행하는 근본적인 이유인데도 수술 부위를 거즈로 덮고 암세포의 확산을 막기에 급급한 엉터리 의사의 무능함처럼 보인다.
사설경마를 막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먼저 반문해볼 일이다. 수사권이 없어 사설 경마꾼들을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지만 일선 검,경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조세 포탈범에 해당하는 이들을 적발할 경우에는 포상과 고과점수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마 관련 범죄의 경우 경찰의 다른 범죄 해결 실적의 절반정도밖에 고과점수를 인정받지 못하는 제도를 개선하여 적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한 처벌을 강화하여 아예 시작할 엄두를 못 내게 하는 범죄 예방의 효과도 중요하다.
실황 중계를 폐지한다고 해서 사설경마가 근절된다면 충분히 검토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다. 환급률의 적정화를 위한 노력은 말로만 수다스럽지 가시적인 성과도 없으면서 사설경마만을 막겠다는 심산은 문맥이 맞지 않는다.
이같이 본말이 전도된 생중계 폐지 움직임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 사회의 한 구석에 있던 경마의 실체와 순기능을 국민에게 알리는 전도사의 역할이 중지된다면 건강한 레저문화의 정착이라는 당초의 명분은 실종되는 것이며 이미 획득한 실리 또한 유실하는 셈이다. 지금 중단하면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아니, 이렇게 그만두면 아예 다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게되면 결국 장을 먹지 못하게되는 것은 경마팬들이며 못 먹게 만든 장본인은 마사회가 될 것이다. 훗날 한국경마사에서 생중계의 중단이 경마발전을 유보시킨 아쉬운 결정으로 평가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당연히 지금의 정책결정권자에게 있을 터이니 지금이라도 한국경마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명분과 실리를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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