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아시아경마회의가 지난 3월 4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수석대표자회의로 시작되어 3월 10일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회에서는 총무이사를 수석대표로 하여 총 10명의 대표단을 파견, 국제경마계의 흐름 파악과 세계 각국 경마시행체들과의 유대강화라는 회의 참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금까지의 아시아경마회의는 지정된 분과회의(경마, 수의 생산, 승마투표, 운영분과)별로 회원국들이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이번 제27회 아시아경마회의부터는 회의 진행방식이 크게 변경됐다.
즉 지금까지의 회의 분류와는 달리 구체적인 소주제(예를 들면, 아시아지역에서 경주마의 국가간 이동시 검역문제)를 정해 이에 대한 자료를 발표하고 발표가 끝난 후 질의 응답 및 토론을 통해 좀더 생산적인 회의를 도모하였다.

우리회에서는 마케팅회의에서 사업처장이 ‘한국의 경마팬 확대방안’이란 주제의 자료를, ARC-발전이라고 이름 붙여진 회의에서 개발팀장이 ‘한국의 신 발매전산시스템 개발’이라는 주제의 자료를 각각 발표하였다.
특히 한국의 신 발매전산시스템 개발에 관한 발표는 아시아 각국 대표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시아경마회의는 특히 싱가포르 경마의 국제화와 연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터프클럽은 작년 9월 싱가포르 시내에 위치한 부키티마경마장을 정부에 기부하고 대신 도시 외곽 크란지로 경마장을 이전하였다.
홍콩과 여러 면에서 경쟁관계에 있고, 특히 홍콩 경마의 국제적 성공을 보아온 싱가포르 터프클럽은 미화 5억달러를 들여 세계 최고 시설을 갖춘 잔디주로 경마장을 새로이 개장하면서 획기적인 경마국제화 추진계획을 세웠다.

신경마장 개장과 때를 같이하여 총상금 300만싱가포르달러(약 21억원)의 국제경주 창설과 제27회 아시아경마회의 개최가 바로 그것이다.
신경마장 개장 이전에도 싱가포르는 자국 경마의 국제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자국내 경주마 생산 기반이 없어 모든 경주마를 수입해서 쓰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주마가 호주나 뉴질랜드의 경매시장을 통해 도입된, 평균 미화 3만달러(약 3,300만원) 이상의 우수한 경주마들이다.
또한 상금이 높은 주요 경주에 대한 외국경주마의 출주를 개방하고 있었으며, 조교사 기수의 상당부분을 경마선진국 출신 인력으로 충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진적이고 꾸준한 국제화 추진이 싱가포르 국제경주 창설로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겠다.
싱가포르에어라인에서 후원한 이 국제경주는 실무준비에만 2년이 넘게 걸렸다고 하며, 시행 초기에 있는 다른 국제경주와 마찬가지로 출주마 및 출주마 관계자(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들의 항공료와 숙식비 등의 비용을 전액 행사 주최측에서 부담하였다.

국제경주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개최국의 경마수준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러야 하며, 초고액의 상금(두바이월드컵 : 600만달러 약 66억원, 일본 재팬컵 : 약 25억원, 홍콩국제경주 : 1,400만홍콩달러 약 21억원 등)은 물론 전세계 유력 경마관계자들로부터 개최 경마장의 시설(마사, 검역시설, 경주로 등) 수준이나 수의서비스 등 경마개최 전 부분에 있어 국제경주를 개최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한데, 현재 아시아에서 이러한 수준에 이른 국가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 정도라고 판단된다.
싱가포르 국제경주와 아울러 같은 시기에 아시아경마회의를 개최한 것은 싱가포르의 경마를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결국 싱가포르는 이 두 행사를 모두 성공적으로 치러 자국 경마의 국제화라는 과업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의 신경마장을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하자면 먼저 경마장 관람대가 모두 4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냉방이 되지 않는 일반석으로 입장료가 5싱가포르달러(약 3,300원)다.
2층은 냉방이 되는 일반석으로 입장료가 10싱가포르달러이다.
3층과 4층은 클럽회원들을 위한 특별석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대부분 클럽제로 운영되는 유럽경마의 영향을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는 잔디주로 2면에 모래주로 1면으로 되어 있었으며, 주요 경주는 대부분 잔디주로에서 개최된다.

특이한 점은 관람대 1층 일반실 가운데 위치한 전검량실의 벽이 유리로 되어 있다는 것과 후검량이 관람대 전면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마팬들이 검량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며, 특히 관람대 후면에 위치한 예시장과 관람대 전면 경주로 사이의 통로가 관람대 1층 일반실의 중앙을 통과하고 있어 경마팬들이 경주마를 관찰하기에 용이해 보였다.
이번 아시아경마회의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바에 따르면, 차기 제28회 아시아경마회의는 2001년 12월께 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또 2003년 상반기 중에 개최될 제29회 아시아경마회의의 개최국으로는 아랍에미리트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주최측에서 영국과 미국의 유력 경마인들을 대거 초청, 선진경마국들의 최신 동향을 아시아 각국 대표단들에게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특히 호주와 일본에서 각각 100명과 62명의 대표단을 파견하여 이 회의가 이들의 주도 하에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아시아경마회의의 주요한 심의기구인 집행위원국에는 현재 호주 일본 뉴질랜드 인도 홍콩이 포함되어 있는데, 최근 호주 일본을 제외하고는 최근 집행위원국이 된 홍콩의 영향력 확대가 눈에 띄었다.

태국은 74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여 차기 회의 개최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고, 필리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바레인 등은 분과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등 회의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국경마의 먼 미래에 대비하고, 향후 아시아경마회의 개최를 준비하며, 국제화 인력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좀더 많은 대표단이 파견되어야 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 환영만찬이나 디너파티 등에 참석해 서양의 관습이 전세계적으로 표준이 되었다는 점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