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주의 조랑말 경마장이 도박장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원래 취지는 간 데 없고 경마중독에 빠져 가정파탄에까지 이르는 제주도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 이민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승부가 엇갈릴 때마다 환호성을 터뜨리는 경마객들. 이곳 제주 조랑말 경마장에는 하루 평균 4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듭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마장 직원: 거의 태반이 도민들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기자: 거의 대부분이요?
⊙경마장 직원: 차량들 보면 거의 다 도민들 차량이예요.
⊙기자: 외국인 관광객들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외국인 전용 관람석에는 고작 2, 30명 정도의 외국 관광객들만 눈에 띕니다. 관광객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경마장을 찾는 사람은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 지역 주민들입니다. 수십만 원은 기본이고 수백, 수천을 날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마꾼: 가정파탄 난 사람들이 제주도에 거의 한 천가구 이상 된다고...
⊙기자: 자살한 사람도 있나요?
⊙경마꾼: 많죠. 7명이나 죽었다고...
⊙기자: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마권 구입 한도액을 10만 원으로 정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입니다.
⊙경마꾼: 여러 번 사죠. 무한정 예매도 하고 500만원씩도 막 사고 그러죠. 단속할 방법이 없죠.
⊙기자: 사정이 이러다 보니 경마장 내에 수십여 명의 사채업자까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사채업자: 일주일에 100만 원 쓰면 5만 원이 이자라고 생각하면 돼요. 서류도 필요 없고...
⊙기자: 경마장 상담실에도 한 달 평균 10여 명이 경마중독을 호소하지만 마땅히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 제주도에 경마장이 들어선 지 10년. 관광객들의 외면 속에 제주도민들의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민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