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휴장 전에 경마계를 뒤흔들었던 예상지 발행 전면 중단 사태는 하루 만에 끝났다. 마사회의 경주프로그램 확대안 강행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예상지 발행업체와 유통업체 판매업체 등이 지난 6일부터 연좌 스트라이크에 들어갔지만 7일 일요경마 예상지를 발행하며 예상지업계의 반발은 결국 ‘1일 거사’로 끝났다.
이번 사태는 사실상 ‘항복문서’라 할 수 있는 ‘발행중단 재발방지각서’를 쓰고 발행을 재개한 예상지 업체들의 일방적인 패배로 보이지만 실상 예상지업체와 마사회 모두의 패배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예상지 업체는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경마팬들을 볼모로 잡는 극단적인 행위를 벌였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비록 생존권 수호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과열이 예상된 추석 휴장 전에 일을 벌인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다.
예상지와의 ‘싸움’에서 이겼다고는 하나 엄격한 의미에서 마사회 역시 패자다. 명분만을 고집해 같은 경마업계 종사자인 예상지 업체와의 협상을 매끄럽게 풀어나가지 못했고, 결국 80년 한국경마 사상 초유의 예상지 발행 전면 중단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이 과정에서 비승인제주경마예상지를 장내에서 팔도록 허용하는(7월 말 제주경마 출마표 게재 거부 사태) 등 자체 규정을 스스로 위반했다. 지난 6일에도 전직 마사회 간부가 대표로 있는 모 인터넷사이트의 홍보지를 장내에 배포시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흐트러진 경마계를 추슬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해 충돌시 관련 각 단체가 대립하기보다는 서로 한발짝씩 양보해 모두에게 이익이 가는 ‘윈윈게임’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마사회에서는 이번에 발행을 중단한 예상지에 대해 기존의 중징계 방침을 바꿔 가벼운 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3일 마사회 본관 앞에서 불법시위를 벌인 유통업자에 대해서도 형사고발하려던 당초의 계획을 취소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예상지 업체 간의 갈등도 진정돼야 한다. 유통방해와 소송 등이 뒤엉킨 경마전문지협회와 비협회사들의 극단 대립은 추잡한 이전투구로 인식돼 경마장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데다 건전한 경마산업발전에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 휴장은 계속 오르던 매출액과 입장객수가 급감하기 시작한 침체의 서막이었다. 반대로 올 추석 휴장은 그동안의 침체를 벗어나 부활을 알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번 예상지 발행 중단 사태가 경마계에 주는 교훈이다.
박경수기자 so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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