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2002/08/15)  
 [경마의 세계](1) ‘레저·도박’ 두 얼굴의 게임


- 기본 단위는 100원, 실제론 수천만원까지 베팅
- 하루 800억 몰려…계속 돈걸면 이길 확률 낮아

지난해 경마, 카지노, 경륜, 복권 등 사행 산업 규모가 9조원대를 넘어섰고 2300만명이 이용하는 등 레저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마는 이용객 수가 74.8%인 1692만명에 이르고 매출액도 가장 많은 대중적 레저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같은 경마 인기의 배경과 문제점 등을 부문 별로 5회로 나눠 점검해본다.

한 경주 매출 70억원, 하루 매출 800억원, 하루 입장인원 17만명, 연평균 30% 성장, 세계 7위 경마국. 지난해 연매출 6조원을 돌파한 한국 경마의 현주소다.

야간 경주가 벌어진 지난 7월 21일엔 입장인원이 무려 21만5700명(지점 입장객 포함)에 매출도 909억원으로 모두 신기록을 세우면서 일부에서는 경마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89년 뚝섬에서 과천으로 이사해 ‘갑자기 어른이 된’ 한국 경마는 매주 토, 일요일 과천경마공원에서(제주경마공원에선 조랑말 경주 시행) 벌어진다. 7만명 이상 수용능력의 경마공원은 경주가 시작(오전 11시)되기 두시간 전부터 고객들로 붐비기 시작해 30분 전부터는 3000여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은 만원이 되고 입구엔 입장대기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경주가 시작되면 “와~아~”하는 함성과 함께 관중들이 거의 모두 일어서서 자신이 베팅한 말의 움직임에 격렬한 반응을 보인다. “빨리빨리! 조금만 더~” “어휴! 저××!” 긴박한 상황에 따라 몸을 뒤틀고 기수와 말에 대해 욕설이 나오며 한숨이 이어진다. 일부 적중한 고객은 펄쩍펄쩍 뛰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얼싸안고 즐거워하는 장면도 흔히 볼 수 있다. 경마공원은 하루가 다르게 찾는 사람의 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엔 점퍼입은 사람, 택시운전사, 실업자 등이 주로 가는 곳으로 오인(誤認)되어 살벌한 느낌도 있었으나, 지금은 가족 단위, 여성 고객, 넥타이 부대가 대거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 36만평 들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이 있다. 처음엔 말만 타려고 했지만 경마까지 하게 된다는 ‘사람의 욕심에 끝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속담처럼 욕심을 앞세워 요행으로 떼돈을 벌려고 하면 도박에 가깝지만, 소액의 돈으로 경주 자체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분위기를 즐긴다면 레저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레저와 도박의 양면성을 지녔지만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다른 게임산업도 유사한 양면성을 가졌지만 경마공원처럼 36만여평의 거대한 들판에서 벌어지는 스케일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 1~2위 맞히는 ‘복승식’ 가장 인기


경마장에 가면 누구나 배팅은 하게 된다. 액수는 100원 기본단위에서부터 10만원까지이지만 실제로는 수백만, 수천만원도 배팅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경마에 배팅을 하게 되면 어떤 승식에 하느냐도 중요하다. 승식에는 1위만 맞히는 단승식, 1위부터 3위까지 하나만 맞혀도 되는 연승식, 1~2위를 순위에 관계없이 맞히는 복승식, 1~2위를 도착 순서대로 맞히는 쌍승식의 네 종류가 있고 이 중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즐기는 방식이 복승식이다.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복승식은 배당률이 높고 가장 재미있게 즐기는 방식이다.

배팅액수 중 고객에게 돌려주는 환급률은 공식적으로 72%(공제율 28%)다. 만약 1만원을 배팅(=총매출)했다면 고객에게 내주는 돈이 7200원이라는 것. 그러나 실제로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100배가 넘는 고배당이 나오면 기타소득세로 22%(기타소득세+주민세 2%)를 추가로 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배당률은 71%대에 머물게 되고 계속해서 쉬지 않고 매경주에 배팅을 하면 경마에서는 거의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경마전문가들이나 시행체에선 ‘하루 자신있는 3~4게임에만 배팅하라’고 권장한다. 실제 경마에서 어떤 사람이 따게 되면 다른 사람은 잃게 되어있지만, 공제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이 잃게 되고 극소수의 사람만이 돈을 따가게 된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 세금 비중, 주요국 중 가장 높아

환급률 72%는 일본(74.2), 미국(79), 홍콩(81.4), 영국(77), 호주(84), 프랑스(70) 등 주요 경마 시행국 중에서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다. 환급률이 낮다는 것은 매출액 중에서 많은 돈이 정부로 들어가 잠겨버리므로 그만큼 경마팬들이 손해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즉 72% 환급이 된 돈은 다시 배팅이 되는 돈이지만, 공제율 28%는 경마고객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는 돈이라는 뜻이다. 특히 공제율 중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주요 경마국 중 1위인 18%(마권세 10%, 농특세 6%, 교육세 2%)다. 일본(8.85), 미국(3.30), 홍콩(13.19), 영국(2.68), 호주(9), 프랑스(15.51)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많은 돈을 세금으로 가져가는지 알 수 있다. 작년 경마매출 6조원에서 18% 세금이면 1조800억원이다.

18% 세금 중 10%는 지방세인 마권세(=레저세)로 그 규모는 매년 매출액에 비례해 커지고 있다. 과천시의 경우는 연 700억원 이상(99년 657억, 2000년 769억, 2001년 947억원)을 가만히 앉아서 벌어들인 결과 ‘전국 최고의 도시’라는 영광을 얻는 데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마권세는 경마 규모가 작을 때는 고율(高率)이라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매출액이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면서 너무 많은 돈이 지방재정으로 들어가고 재정의 경마의존도가 높아져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사행산업이라며 아직도 사시(斜視)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경마가 지방정부 유지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다면 도덕적인 면에서 비난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연평균 30%대 시장 성장

경마매출을 보면 90년 5940억원에 불과했지만 95년 2조1750억원으로 급증했고, IMF사태로 잠시 주춤했다가 99년 3조4200억원, 2000년 4조6230억원, 2001년 6조160억원으로 폭증해 3년마다 거의 2배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평균 30%대 성장은 유례가 없을 정도이고 세계경마계에서도 경이적인 일로 받들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 28개 장외발매소 외에 매년 새 장외발매소가 늘어나는 데다 부산경마장이 2005년 개장하게 되면 20조원대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나라 인구의 7분의 1도 안되는 홍콩의 2000년 경마매출이 13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10여년간은 지속적인 고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7개의 경마장에서 세계최고의 매출기록을 올리고 있는 일본과 287개의 경마장을 가진 미국은 경마가 사양길로 접어든 지 오래 됐지만 한국은 아직도 경마계의 ‘이방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2002.08.15. 1716호
(최반석 조선일보 기자 b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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