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과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서울경마공원. 경마가 열리는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 즈음엔 어김없이 긴 차량 행렬과 마권을 구입하려는 사람들, 경마 예상지를 파는 상인들로 진풍경을 이룬다. 예전엔 입장객 대부분이 성인 남성이었으나 요즈음엔 데이트하는 연인이나 삼삼오오 나들이 나온 가족이 눈에 많이 띈다.
경마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경마는 '복마전' '패가망신' '가정 파괴' 등 험악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도박'의 하나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이 도박꾼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단순히 경마만 즐기러 오는 사람보다 경마를 즐기면서 경마공원의 각종 레저시설을 이용하려는 알뜰파가 더 많아졌다.
초보자는 연승식과 단승식 유리
아이들과 함께 4인 가족 기준 입장료만 해도 10여만원에 이르는 일반 놀이공원과 달리 경마공원은 공짜나 다름없다. 800원만 내면 하루 종일 넓은 잔디밭과 국제 규격의 잔디 축구장-호수-인공폭포-어린이놀이터-원두막-자전거도로 등을 '자유이용'할 수 있다.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해 마련한 마사박물관에는 말을 주제로 각종 유물이 전시돼 있다. 과거 조상들이 사용했던 재갈, 말머리 갖춤 등의 마구와 각종 형태의 안장-말방울-편자-마패 등 유물이 전시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입장객에게 좋은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특히 어린이 승마장에서는 조랑말을 직접 탈 수 있어 자녀를 동반한 관람객은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물론 이용료는 없다. 경마공원 내에서는 어린이용 자전거와 유모차, 돗자리 등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여름이라면 야간 경마도 즐겨볼 만하다. 1,200룩스의 거대한 조명 아래서 펼쳐지는 말들의 향연은 관람객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다른 놀이공원에서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 있다면 거대한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경주마의 질주를 즐기면서 베팅하는 일이다. 마권 구입은 100원에서부터 10만원까지 100원 단위로 구입할 수 있다. 욕심부리지 않고 하루 쓸 비용을 1만~2만원 정도 책정한 다음 베팅하는 것이 좋다.
경마 수익금 50% 공익기금으로 출연
베팅할 때는 어떤 승식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먼저 마권 구매 방식에는 우승마 1마리만 맞히는 단승식과 1위에서 3위까지 하나만 맞히는 연승식, 순서에 관계없이 2위 안에 들어오는 말을 맞히는 복승식, 1~2위를 도착 순서대로 맞히는 쌍승식이 있다. 대부분의 경마팬들은 배당률이 높은 복승식을 선호하지만 초보자가 적중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연승식과 단승식이 유리하다.
경마 전문가들은 하루 자신 있는 3~4게임에만 베팅하라고 권유한다. 매 경주에 모두 베팅하면 결국 돈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베팅 액수 중 고객에게 돌려주는 환급률이 72%이기 때문이다. 실제 경마에서 어떤 사람이 따면 다른 사람은 잃게 되어 있지만 공제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횟수를 거듭할수록 거의 대부분 잃게 되고 극소수 사람만 돈을 따게 된다.
주식투자와 마찬가지로 빈번한 매매는 실패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프로라도 약세장에서 큰돈 벌기는 어려운 법이다. 대세의 큰장에서 수익을 올렸으면 다시 들어갈 것이 아니라 쉬라는 뜻. 경마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매 경주에 참여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자신 없는 경주는 참여하지 말고 쉴 때는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주 후 운좋게 자신이 찍은 말이 맞았다면 다시 발매 창구로 마권을 들고 가 돈을 환급받으면 된다. 혹 순위권에 들지 못했더라도 분통을 터뜨릴 일은 아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농어민과 장애인단체에 희사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경마 수익금은 50%를 특별적립금 형태로 적립하여 축산발전기금과 농어촌복지증진 등 사회공익기금으로 출연하고, 사업비 중 별도의 기부금을 편성해 사회복지 분야에 지원하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들어 경마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대중화에 힘입어 한 경주 매출이 70억원에 이르고 하루 매출액은 8백억원을 넘는다. 입장객은 하루 17만 명, 연인원으로 치면 1천5백만 명에 이르며 연간 매출 규모는 6조원 대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순이익이 크게 높아져 올해 중 집행 예정인 축산발전기금 등 특별적립금 출연액도 대폭 증가하게 되었다. 한국마사회의 2001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9.8% 증가한 총 3천39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남에 따라 그 절반 규모인 특별적립금 출연 규모도 지난해 1천2백29억원에 비해 23.6% 늘어난 1천5백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적립금 가운데 80%인 1천2백15억원은 축산발전기금으로, 나머지 20%인 3백4억원은 농어민자녀장학 사업 등 농어민복지증진기금으로 쓰인다.
하지만 아직 일반 시민은 경마를 카지노-경륜-복권 등과 한데 묶어 '법에 의해 보장되는 합법적인 도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요행을 앞세워 떼돈을 벌려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경마시행업체인 한국마사회로서도 이 점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도박과 레저의 양면성을 지닌 경마의 사행성을 줄이고 건전한 시민놀이로서 위상을 끌어올리는 일은 한국마사회의 영원한 과제일지 모른다.
뉴스메이커 2002-09-23 0492호 윤석원 기자 ysw@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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