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의 세계](2) ‘엄청 짭짤한 직업’ 마주
잘하면 돈방석…경주마 매각 등 상금 외 수입은 덤
국내산 경주마 중에 ‘새강자’(6세)라는 걸출한 국산마가 있다. 처음 구입할 땐 모두가 별볼 일 없다고 외면해 팔리지 않은 말을 나중에 싼값에 줍다시피한 말이다. 이 말은 경주에 나선 3년10개월 동안 33전25승을 기록하며 상금만 11억원을 벌어들였다. 소유주인 중소기업체(진성산업) 대표 장석린씨는 경마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 인사가 되어 있다.
또 최고의 순발력을 가진 외국산마 ‘신세대’라는 말은 현재 나이 10살로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넘었지만 아직도 우승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 서울경마장 경주마 1300여마리 중 최다승인 68전40승으로 9억1000여만원의 상금을 벌었다. 소유주인 정병조(삼동화학 대표)씨도 말 한마리로 ‘돈방석에 앉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좋은 말을 보유하게 되어 재미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대를 했던 경주마가 속칭 ‘똥마’로 드러나 퇴출되거나 질병으로 중도 하차하는 속상한 경우도 있는 게 마주의 세계다.
●원래 마주는 귀족들의 명예직
외국 영화에서처럼 마주는 귀족들의 사교클럽이나 다름이 없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아직도 대표적인 마주. 마주들은 경마공원에서 많은 특혜가 주어진다. 해외경마 견학, 가족 포함 전용 마주실 이용, 승마 강습 우선권 등 꽤 많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최고급 사교 모임으로 상류층 인사들과의 교류를 들 수 있다. 재벌 회장, 국회의원, 전직 장관, 전직 장성, 연예인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각계 유명 인사들이 망라돼 있어 매력을 더하고 있다.
●마주가 되려면
마주엔 개인마주, 법인마주, (경주마)생산자 마주가 있다. 개인마주가 되려면 ▲연간 재산세 20만원 이상, 연소득 4000만원 이상 ▲연간 재산세 30만원 이상, 연소득 3000만원 이상 ▲연간 재산세 40만원 이상, 연소득 2000만원 이상의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에 충족해야 하고 법인마주는 2년 이상된 회사로 최근 2개년도 법인세가 각 1000만원 이상에 자기자본이 10억원을 넘어야 한다. 웬만한 중산층 가정이면 개인마주 자격은 된다. 지난 2001년엔 40명 모집에 138명이 지원해 3.5 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고 매년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마주들
재계 인사로는 정몽규(현대산업개발 회장), 이웅렬(코오롱그룹 회장), 설원량(대한전선 회장), 이수빈(삼성생명 회장), 이장한(종근당 회장), 이부용(대림그룹 부회장), 박정기(한덕생명 회장)씨 등이 있고 정ㆍ관계에는 현 국회의원인 박상규, 신영균, 조한천씨, 전 국회의원인 권정달, 변웅전, 김채겸, 강용식, 구천서, 권익현, 박종률, 이영일씨와 현 제주지사 우근민씨, 전 국방부장관 오자복씨, 전 법무부장관 이종원씨가 있다. 언론계선 신동호 스포츠조선 고문과 송형목 스포츠조선 전 사장, 윤세영 SBS회장, 선재훈 코리아타임스 논설위원이 있고 문화연예계에선 영화배우 김지미씨, 탤런트 김영철씨, 프로기사 조훈현씨와 장수영씨 등이 있다. 학계 인사로는 김민하 전 중앙대 총장, 심상필 홍익대 총장, 맹원재 건국대 총장, 김병묵 경희대 부총장, 박동규 서울대 교수가 있다. 그외에도 법조계, 의료계 등 각계 인사들이 많다.
●경주마 보유는 의무적
마주가 되면 일단 경주마를 보유해야 하고 이유 없이 장기간 경주마를 보유하지 않으면 자격이 박탈된다. 현재 전체 마주수는 450여명(제주 제외). 마주 1인당 약 3.3마리(10마리까지 보유 가능)를 소유하고 있다. 경주마는 모두 조교사와의 계약에 의해 위탁관리되고 관리비는 월 60만원 정도. 한달에 한번만 10착 안에 들면 적자는 안 본다고 할 수 있다. 경주마는 구입가격이 외국산마는 1500만원선, 국산마는 1800만원선(올 상반기 기준)이지만 경매와 개별 구입을 통해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국산마 경매 최고가는 6200만원, 최저가는 900만원선이다. 경매 최고가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한국 마주들 수익률 가장 높아
재테크로 보면 한국의 마주는 세계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다. 지난해 마주 수익률 분포를 보면 60.5%가 이익을 봤고 39.5%는 손실을 봤다. 그러나 전체 투자 대비 수익률은 1998년 208%, 1999년 139%, 2000년 133%, 2001년 131%로 합산하면 큰 이익을 보는 것으로 된다. 그러나 경마 자체가 경쟁성 상금이어서 상위 그룹쪽으로 더 많은 돈이 돌아가게 되어 있으므로 마주 모두가 이익을 볼 수는 없다. 상금 배분 자체가 역삼각형을 띠게 되므로 적자 마주라도 손해는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마주에게 지급된 총 상금은 149억3000여만원이고 마주 1인당 순상금 수득액은 3564만원.
미국은 흑자 마주가 10% 수준이고 일본은 20% 수준(세계적으로는 1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마주들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부는 불만이다. 적자 마주가 많으므로 개선해 달라는 것으로 마사회와 끊임없는 갈등이 이어지고 마주들 사이에도 상금 배분을 놓고 틈이 벌어져 있다. 쟁점의 내용은 상위 그룹의 상금을 낮춰 적자보는 하위 그룹에 좀더 보전해 주자는 것. 그러나 경마 전문가들은 경쟁 상금을 나눠먹기 쪽으로 가면 경마 발전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사고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경마상금외 수입(종부료, 경주마 매각대금)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우리와 대비가 되지만, 상금외 수입은 경주마 능력이 뛰어나야 하므로 우수한 경주마 생산 기반과 직결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일단 마주가 되면 손해볼 가능성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투자를 잘하거나 운이 좋아 우수한 말을 보유하면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현재의 경마 발전 추세라면 머지않아 종부료나 경주마매각대금 같은 상금외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위험 부담은 약간 있지만 마주가 된다는 것은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사회에서 ‘상당히 괜찮은 재테크’라는 것은 높은 마주 신청 경쟁률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재테크에 너무 집착”우려도
요즘은 마주 신청을 해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지만 처음엔 마주 신청자가 적어 마사회 직원들이 유명 인사를 찾아다니며 “마주 좀 돼주세요”할 정도로 애걸을 했다. 그러다보니 일부는 사회적인 신망과 명예직으로서의 마주와는 거리가 있는 인사도 있었다. 경마는 마주, 조교사, 기수의 세 주역에 마사회가 중간 조정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으로 되어있다. 실제로는 마주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져 이젠 마주의 힘은 경마에서 조교사, 기수를 주무를 정도로 강해졌고, 마사회에서도 정책 협조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성역’이나 다름이 없다는 경마 관계자들의 시각이 우세하다. 아직 제도적으로나 경주마 생산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한 현실에서 마사회의 조정 역할이 너무 빨리 쇠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마주는 우선 좋은 경주마를 구입해 수준있는 경주를 펼쳐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일부 마주 중엔 영예직으로서의 경마발전을 위한 활동보다 재테크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수준이 떨어진 경주마를 계속 보유해 경마 발전을 막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차명마주’나 ‘대리마주’가 있다는 확인 안된 얘기까지 떠도는 상황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근래 마주협회가 내부 이견으로 두쪽이 되다시피한 것도 나눠먹기 식의 이익집단 행태 때문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주간조선 2002.08.29. 1718호 (최반석 조선일보 기자 bscho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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