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은 경마팬들은 경마중단에서 휴장 그리고 속개로 이어지는 일주일을 숨가쁘게 보내고 있다.
스포츠 신문의 경마기사가 가판대에 오른 금요일 오후. 모든 신문이 지난 일요일 경마중단에 관련한 뉴스를 실으면서 경마가 재개된다는 소식을 함께 전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한 속개이며, 누가 요구한 재개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신문은, 중단된 경마가 재개된 것은 경마팬들의 승리였다고 단정한다. 그 이유로 경마재개를 요구하는 경마팬들의 전화가 그 신문사를 비롯, 각 언론사와 마사회에 빗발쳤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마사회 홈페이지와 경마관련 사이트를 뒤져봐도 조건없는 경마재개의 목소리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경마팬이 전화를 하고 아우성을 쳤기에 철옹성의 마사회를 움직일 수 있었단 말인가? 언론을 포함한 경마관련 단체들은 아직도 그 날의 경마팬들이 성난 군중으로 돌변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시한번 지적하지만 나머지 10개 경주를 즐길 수 없어서 원성의 비난을 내뿜었던 것이 아니라 경마를 중단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시행체의 역할을 외면한 처사였고 경마팬을 볼모로 그들만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경마팬은 마약 중독자와 같아서 경마를 하지 못하면 폐인일 수밖에 없다는 사회 일부의 극단적인 주장에 당신들도 동의하는가? 또한 경마팬은 노름꾼이라는 시행체를 포함한 당신들의 주장은 아직도 유효한가? 이번 주에 경마가 속개 안되면 주말 거리를 방황할지도 모르니, 경마의 재개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라고 애원했다는 전화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얼마나 되는지 그 근거를 밝혀주기 바란다.
휴장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이미 5월 8일 기사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 매출액과 세금의 손실을 입는 정부와 마사회, 그리고 각종 경마 관련 산업이다.스포츠 신문의 판매 격감도 금액으로 환산되는 피해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일요일로 예정된 자사(自社)의 대상경주가 취소된다는 안타까움에 경마재개가 반갑다는 솔직함이 차라리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들의 바램을 애꿎은 경마팬의 바램으로 대신 내세우며 뒤에서 한숨 돌리는 모습은 "국민의 이름으로"를 외치는 위정자들의 얄팍한 상술과 크게 틀리지 않다.
기사는 계속해서 "경마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지난 10일 국면은 급변했다. 경마팬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경마를 여는게 옳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경마팬들을 위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결국 5시간만에 합의를 이뤄냈다." 며 긴박했던 진행상황을 자세히 적고 있다. 또한, 마지막으로 위의 합의는 "경마장에서 경마팬은 진정한 왕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대목이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도대체 왜 경마팬을 또다시 우롱하는가? 이 기사를 본 경마팬들이 우리는 경마장의 진정한 왕이며 우리를 위한다는 대 명제 앞에서 마사회가 굴복하고 경마를 재개한다고 믿으란 말인가? 아니면 정말 마사회가 현실을 파악하고 그들의 서류상의 이념인 고객제일주의의 실현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믿으란 말인가?
경마팬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지난 일요일 입장 반환권 한 장 쥐어주며 경마팬들을 도중에 내쫓았던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한 당사자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경마기자의 현실인식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경마팬을 위한다는 대원칙"은 그들이 바빴던 이번주에 새로 급조한 신조어에 불과하며 경마 고객의 위상은 그들의 편의와 목적에 따라 쓰이는 경영상의 상업용어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노름꾼이라는 누명아래 제대로 응접받지 못해 쌓여온 경마 소비자의 주권이 동반 폭발한 이번 사태의 기사 제목이 경마장 관중 난동이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마사회의 제일 경영 방침이 고객 만족의 실현이었다는 구호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거대 공기업의 헛소리였음을 재확인한바 있다. 바닥에 신문지 깔고 앉아 경마를 즐기는 일반 경마팬이 6층 마주실을 찾았을 때 목격할 수 있었던 고급 소파와 테이블,대형 모니터와 카펫 그리고 고급 레스토랑을 연상하게 하는 실내 분위기를 보며 무엇을 생각했을지를 간파 못했다면 어찌 경마담당기자라 할 수 있겠는가?
폭력은 당위성을 갖지 못하지만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마주실을 꾸몄다는 위화감에서 출발한 기물 파손이 일반적인 난동의 개념으로 처리되는 것은 기사 작성의 편의주의이자 경마현실 전반에 대한 몰이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판만 벌리면 제발로 찾아오는 경마팬들과, 내일 경마가 중단될 수 있다는 예고에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찾아오는 경마팬들과, 세계의 경마는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지 오래인데도 매출과 입장인원은 신기록을 돌파하는 우리 경마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경마시행체의 오만과 독선은 이제 고쳐져야 한다는 권고와 함께 현실에 입각한 정론을 펼치는 경마언론의 모습을 애끓는 심정으로 기대한다.
2000/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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