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7일 일요일, 한국경마는 사망했다. 그전부터 시름시름 앓아오던 '고객무시'와 '내분'이라는 지병으로 드디어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한국마사회는 한국마사회법과 동법시행령을 내세워 지금까지 경마사업의 유일한 시행체로서의 역할을 자임해 왔다. 국내외 안팎의 정세에 어울리지 않는 독선과 아집으로 한국마사회와 그 종사자들은 홀로 위용을 뽐내며 경마고객들을 무시하고 우롱해 왔다.
도대체 어떠한 형태의 사업이던지, 고객을 무시하는 일이 있을수 있는가? 하지만 마사회 및 그 종사자들이 경마고객들을 무시해 온것은 왜인가? 답은 명확하다. 그들은 경마고객, 경마팬들을 경마사업의 주인인 '고객'으로 보고 있지 않은것이다. 그들에게 경마팬은 단지 '봉'에 다름아니다. 어리석기 그지없는 호구인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금번 경마중단사태이다. 이로써 한국의 경마라고 불리우는 베팅산업은 현재로서는 사망이다.
그들 내부간의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경마중단에 이르렀는지는 관심조차 없다. 아니 그 전에는 관심이 있었다. 베팅이 전부가 아닌 경마라는것이 삶 자체 혹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린 경마팬으로서 그들간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랬고, 한국경마 발전을 진심으로 바랬었다.
하지만 그들은 경마팬들에게서 경마를 빼앗았다. 삶의 전부 혹은 일부를 빼앗았다. 자기들의 사소한 복지를 위해, 혹은 세력간 알력 다툼을 위해.....
한주 단위로 인생을 살아가는 소위 '경마꾼들'.... 경마일에만이 인생의 의미를 찾는 소위 '경마중독자들'.... 누군가 나서서 "그건 너희들이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하고 한탕을 노리는 사행성으로 인해 얻은 자업자득 아니냐?" 고 말한다면..... 정말 기가 막힐 뿐이다. 슬프고 허무한 웃음만 나올 뿐이다. 하두 기가막혀 차마 화내지도 울지도 못하고 정말 허탈한 웃음만 나올거 같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다른 단체도 아니고, [한국마사회]와 [그 피고용인들]이 지금 우리 경마팬들에게 그렇게 묻는듯 하다. "니들이 무슨 생각있었냐? 하루 덜 잃고 좋지 뭘그래? 지금 우린 우리 힘겨루기에도 바빠서 니들은 신경도 못쓴다. 이해해라 엉? "
나 자신도 한때는 경마꾼이었고, 경마중독자였다. 그건 베팅의 액수에 따라 구별되는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그러한 과정을 거쳐 [경마팬]이 된다. 포기와 절망과 체념을 거쳐, 그리고도 경마를 버리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면서.. 나름대로 타협점을 찾아내고 매주 경마장을 찾는다.
걔중에는 타협점을 못찾은채로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 경마사업의 주체라는
[한국마사회]가 그들을 탓할수 있는가? 그들을 흉볼수 있는가? 가장 커다란 책임을 져야할 그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유일한 경마사업의 주체 [한국마사회]는 경마팬들을 병신이라고 욕한다. 마사회의 피고용인이라는 작자들은 경마팬들에게는 관심도 없다. 아니, [마사회와 그 피고용인들]은 애처롭기 그지없는 경마팬들을 이용해 먹기도 한다.(서로간의 힘겨루기에서 히든카드로...)
이대로 더이상 한국의 경마는 없다. 사업의 주인인 고객을 무시하고 고객을 등쳐먹고 필요할때면 이용해 먹는 일당들이 있는한 한국에 [경마사업]이란 없다. 다만 엄청난 규모의 [도박장]과 세계 최고의 고리를 뜯는 [하우스장]만 있다. 그리고 민주국가 대한민국은 그러한 단체를 용인하고 그들에게서 많은 원조를 받기까지 하고 있다.
억울할 뿐이다.슬플 뿐이다. 2000년 5월 7일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과천 경마장에서 12시부터 오후3시까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배신감과 억울함을 느껴야 했다.
'내가 어쩌다 경마를 좋아하게 되었나.....'
'내가 왜 한국이란 나라에서 경마 없인 살수 없이 되어버렸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
이대로의 조직과 구성원들.... 이대로의 경마에 대한 마인드... 이대로의 경마팬에 대한 인식..... 으로는 한국의 경마는 없다. 2000년 5월 7일 한국의 경마는 죽었다..
부활을 시킬수 있는 사람은 경마팬 우리들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도 상처받아 그런 힘이 남아있지 않다. 다만 애도할뿐이다.......
프리윌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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