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에서 최악의 낙마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20일 교토경마장에서 열린 국화상경마대회에서 일본 최고의 인기 기수인 무도(33)가 출발 직후 곧바로 말에서 떨어져 결국 레이스를 포기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110억엔(약 1,100억원)이 날아갔다.
'노리즌'이라는 명마와 함께 11번 레이스의 출발대에 들어선 무도는 문을 박차고 나간 뒤 곧바로 몸의 균형을 잃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무도는 다시 말 위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노리즌'이 끝내 이에 응하지 않았다. 무도와 '노리즌'은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았다.
이날 경주에서 무도에게 걸린 베팅액은 전체 마권의 48.75%인 110억7,998엔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TV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는 비명을 지르며 말문을 잇지 못했고, 6만5,000여명의 관객은 고함을 질러대며 거세게 항의했다. 고액 베팅을 한 일부 관객들은 집단으로 몰려가 경마장측에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경마협회(JRA)측은 '불가항력'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무도에게 어떠한 벌칙도 가하지 않기로 했다.
무도는 전날(19일) 경주에서 5승을 한 뒤 이날도 10번 레이스까지 5차례 1위로 골인하며 연승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던 중이어서 베팅이 집중적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서 최고 인기의 기수가 낙마해 대소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 69년 이후 33년 만이다. 무도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손해를 본 분들께 고개 숙여 사죄한다"는 '용서의 글'을 올렸다.
 똑같은 사건이 한국에서도 벌어졌다.
사건의 주인공은 국내 경마 사상 처음으로 통산 900승을 돌파하는 등 '과천벌 리딩자키'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박태종(36). 박태종은 지난 13일 일요 12경주에 우승후보로 꼽혔던 4번마 '왓어스퍼'를 타고 출전했다. 그러나 출발신호가 울리고 발주기문이 열리자마자 경주마가 균형을 잃으며 머리 부위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박태종은 경주로에 나뒹굴고 말았다.
경마팬들이 일요 12경주에 베팅한 금액은 총 84억여원. 이중 '왓어스퍼'에는 무려 70억여원이 집중됐다. 그러나 경주마와 기수의 낙마로 일순간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흥분한 경마팬들은 고객민원실로 달려가 환불을 요구하는 등 항의했으나 마사회측은 경주시행규칙에 의거, 경주가 성립됐기 때문에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태종은 9년 전인 1993년에도 당대 최고마인 '캐비'와 함께 출전, 13일 일요 12경주와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일본의 무도 기수처럼 박태종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돈을 잃은 많은 경마팬들에게 죄송하다"는 '용서의 글'을 올렸다.
도쿄(일본)〓양정석 특파원 jsyang@hot.co.kr
류원근 기자 wongun@ho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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