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관람대 마권 발매장 주변 의자·벤치 태부족
‘돈이야 잃을 수 있지만, 최소한의 품위마저 잃어서야.’
 서울 경마장 마권 발매장 풍경이 씁쓸함을 던져주고 있다. 경마 팬들이 여기저기 신문지, 돗자리를 깔고 앉아 베팅을 하거나 음식을 먹는 등 ‘시장바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고품격 레저공간’이란 슬로건을 무색케하는 이런 일상적 풍경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마사회측은 여전히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바닥이 주로 연출되는 곳은 팬들이 많이 몰리는 구 관람대 1~3층 마권발매장 주변. 날씨가 궂어 바깥 관람대를 이용하기 어려울 때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원인은 마땅히 앉을 만한 의자나, 벤치가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구 관람대 2층 마권발매장 엘리베이터 부근에 돗자리를 깔고 아기를 재워놓은 한 40대 여성 팬은 “관람대는 자리잡기 힘들 뿐 아니라 담배연기가 심하다”며 “아기가 딸린 나 같은 사람은 마권발매장 바닥에라도 앉을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신문지를 깔고 베팅에 열중하던 한 40대 남자팬도 “테이블은 고사하고 지하철 좌석 같은 일자형 의자만이라도 넉넉히 설치돼 있으면 팬들이 이토록 비참해지진 않을 것”이라며 “마권 발매장 벽쪽으로 여유공간이 있어 의자 설치에 별 어려움이 없는데도 마사회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경마장엔 지난 여름 신 관람대가 신설돼 팬들의 쾌적한 경마관람을 돕고 있다. 특히 계좌투표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신관람대 6층은 VIP룸, 프라이비트룸 등 호텔급의 호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 팬들은 습관적으로 구 관람대를 이용하고 있다.
품격있는 팬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신관람대 6층 같은 고급 공간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구관람대의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말로만 선진경마를 외칠 것이 아니라 작은 팬서비스부터 확실히 하라”는 팬들의 지적에 연간 매출 수조원대를 자랑하는 마사회가 대답해야 할 때다.
김후영 기자 hykim@dailysport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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