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3시 달성군 가창면 대구 TV경마장.
TV로 생중계되는 7번째 경주가 끝나갈 무렵 4층 객장은 화면을 응시하던 고객들의 함성으로 일순간 소란스러워진다.중계를 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한껏 높아진다.
“때려,더 때려!”“에이 ○○,아깝게 3위로 밀리다니.”“최소한 2만원은 박았어야지” 등등.
결승점에 도달하는 12마리의 말에 따라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이다.
경주가 끝나자 둥근 탁자에 둘러앉은 일행 3∼4명은 정보지를 앞에 놓고 정보를 교환하느라 분주하다.빈자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긴 의자의 고객들은 출전 말의 순위를 매기는 등 다음 경주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객장 구석에 마련된 매점에는 뒤늦은 점심으로 김밥·샌드위치 등을 먹거나 흡연실에서 초조한 듯 연신 담배를 피우는 고객들이 눈에 띈다.인터넷정보실·정보조회기 앞에도 삼삼오오 몰려 있다.
지난 10일 개장한 대구 TV경마장이 개장 3주째를 맞으면서 고객들로 붐비기 시작한다.개장 첫날 1천1백50여명 입장에 4억7천7백여만에 지나지 않던 매출은 첫 주간경기가 열린 24일엔 1천2백34명에 7억6천1백여만원,25일은 1천3백89명에 9억9천6백만원을 기록했다.입장정원 3천1백여명에는 못미치지만 매출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배팅금액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 대구지점 이창성 사업과장은 “입장객과 매출이 부산·대전의 개장 초기에 비해 10∼20% 정도 많은 편”이라며 반색이다.
입장객의 연령층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경차·트럭·고급승용차 등 다양하게 주차장을 메운 차종이 이를 말해 준다.여성들도 더러 눈에 띈다.
건물 1 층에는 10여종의 경마정보지를 팔기 위한 ‘아줌마부대’가 진을 치고 있다.객장마다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업자’들도 눈에 띈다.
경마장 건물에 딸린 주차장이 50대분밖에 안돼 경마 장과 관계없이 주차장을 건립해 무조건 1만원씩 받는 주차요원은 경마 초보자들과 잦은 승강이를 벌인다.주차요원은 “하루종일 차를 세우기 때문에 1만원은 받아야 한다”며 “다른 지역 주차료는 1만5천원”이라고 했다.
매출액의 72%를 배당금(환급금)으로 돌려 준다고 하지만 돈을 딴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경기가 거듭될수록 배팅한 돈을 잃기 때문이다.
흡연실에서 만난 한 40대 남자는 “끝에는 결국 돈을 잃는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기사를 쓰라고 요청했다.경마를 잘못 소개하면 피해자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한다는 그는 “7∼8년 전부터 서울서 경마를 하다 집 한채를 날렸다”며 “3년전 대구로 이사와 뜸했는데 돈 욕심 때문에 다시 오게 됐다”고 털어 놨다.
오후 5시20분쯤 12번째 마지막 경기가 끝나자 고객들은 객장을 총총히 떠났다.
마사회 대구지점측은 “고객 대부분이 그동안 대전·부산 등지를 찾던 기존 경마꾼”이라며 “향후 증가 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2-08-26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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