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마 3월 경매, 담합 의혹(2006/03/29)  



지난 21일 제주에서 열린 2006년 3월 국산마 경매에서 담합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구매자 간의 호가 경쟁으로 고가에 낙찰된 마필이 계약 취소를 거쳐 재상장된 결과 동일인에게 돌아감으로써 판매자와 실제 구매자 사이의 사전 밀약 여부에 의혹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것.

이 같은 사실은 경매에 참여한 L 마주가 경매주관자인 경주마생산자협회에 항의 서한을 보내면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선발된 신규 L 마주가 '천상무' 자마(판매자 늘푸른목장)를 구매하고자 호가 경합에 나선 것이 사건의 발단. 한 치의 양보 없이 주고받은 가격이 6천만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상대였던 K 마주가 7천만원을 부르자 부담을 느낀 L 마주가 중도 포기했다. 결국, 천상무의 자마는 7천만원의 고가에 K 마주에게 낙찰됐다.

그러나 낙찰된 지 10분도 채 안 되어 판매자인 목장관계자가 L 마주를 찾아와 5천만원에 살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L마주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며 단호히 거절했다.

정작 문제는 잠시 후에 벌어졌다. K 마주는 낙찰 받은 '천상무' 자마와 구매계약을 취소했다. 못 사겠다고 버틴 것.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판매자 측도 순순히 응했다. 7천만원을 포기하고 재상장 시켰다. 결국 ‘천상무’자마는 별다른 경쟁 없이 2천5백만원에 처음 낙찰자였던 K 마주에게 다시 돌아갔다.

나중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L 마주는 주최 측을 찾아가 강하게 항의했다. 판매자와 K 마주가 담합해서 자신에게 비싼 값에 팔려 했던 것이 아니냐며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구매취소 요청이 받아들여지고 당초 7천만원의 낙찰가에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그것도 동일인에게 다시 낙찰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번 경매에서 이미 '웨이할로우' 자마와 '핫라인' 자마를 각각 4천만원에 구매한 L 마주는 구매 마필 잔금 납부일인 28일까지 경주마생산자협회의 납득할만한 조사 결과와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모든 구매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L 마주는 "마사회 육성목장에서 이뤄지고 생산자협회가 주최한다는 공신력을 믿고 경매에 참여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에서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며 "이같은 비리가 자행된 데 대해 주최자는 물론 해당 마필의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산마 유통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장을 지켜보지 않아 정확한 사건전말은 모르겠다"고 전제하면서도 "7천만원에 낙찰된 말에 대해 하자 심의 없이 구매를 취소해 주는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라며 "만약에 하자가 있어서 생산자가 취소를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같은 날 다시 팔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계속해서 그는 "이번 경매에서 팔린 '늘푸른목장' 생산 말의 평균가가 2천만원대에 불과한 걸 보면 7천만원의 경매가는 터무니없이 높은 액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경마장 마주 겸 생산자를 겸하고 있는 J 씨는 "정상적인 경매에서 7천만원에 자기 말이 팔렸다면 그에겐 최고의 순간일 텐데 구매 취소를 받아줄 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재상장되어 헐값에 팔렸다면 유찰을 시키는 게 생산자의 도리이자 자존심일 것이다"라며 씁쓸해했다.

경매 구입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마사회 측도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마사회 육성 목장 출신 경주마가 경매에서 절반 이상이 팔리는 현실에서 주최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남의 일이라 하기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마사회 고위 관계자는 "현재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는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시행체의 입장에서 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주마 생산자협회도 부산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주최 당사자인 만큼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판매자의 경매 상장을 아예 금지하는 방법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매 주최자 측의 허술한 정보공개가 결국 경매를 탈법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혈통 전문가 P씨는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수준은 실제 경매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비용과 인력난 등을 이유로 다양한 구매 정보를 제대로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하여 마사회에서 오랜 기간 마필 등록 업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현재 판매인이 전혀 부담하지 않는 판매 수수료를 시장 원리에 맞게 부과함으로써 양질의 수의사 사전 검사 시스템과 다양한 정보제공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관계자는 "현행 호가 경매제도가 판매자와 실제 구매자 간의 사전 담합으로 터무니없이 가격상승을 초래했다"면서 "마사회가 시행하는 전자 입찰시스템의 도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관계자는 "입찰제도로 전환하게 되면 공공연하게 누설되고 있는 판매 예정가의 공개를 양성화하는 효과를 가져 와 투명성과 공정성을 크게 높이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산에까지 이어져 경마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경마 저변확대를 목표로 마주를 개방하는 상황에서 실제 구매자인 그들이 경매제도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발길을 돌리게 된다면 당초 취지가 무색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고 경매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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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질의] 방송위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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