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껍데기는 가라(2005/11/16)  


마사회 부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한 달이 훨씬 넘었다. 잔여 임기를 남기고 떠난 전임자의 사정이야 알 바 아니지만 그가 남긴 빈자리 때문에 경마장이 시끄럽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또다시 투입될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마사회 직원노조는 철야 농성을 불사하고 있다.

웬 낙하산 반대 투쟁? 마사회 회장, 부회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착륙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1945년 초대 나명균 마사회장과 이정래 부회장이 취임한 이래 정확히 60년 동안 모두가 정부에서 임명한 외부 인사들이 아니었던가.

어제오늘 갑자기 출몰한 게 낙하산 아니고 불량 낙하산 때문에 사회 문제가 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외부에서, 전문성 등 자격이 없거나 부적합한 자를, 밀실에서 또는 멋대로 선발하여' 찍어 누르는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노무현정권 출범 당시의 공언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관계자 등 여권 정치인이나 전직 관료 출신이 공공기관 대표나 임원에 임명된 '낙하산 인사'가 모두 95건에 달한다는 보도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반발하는 일선 직장들이 늘고 있다. 최근의 산업은행부터 체육 진흥공단, 석유공사, 소비자보호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거명하기조차 힘든 지경이다.

우리 사회, 공기업, 그중에서도 경마장에서 드러난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무궁무진했다. 특히 15 ·16대 총선에서 내리 낙선한 전 마사회장직이 수뢰와 횡령까지 한 것은 공기업 사장을 정권의 전리품처럼 낙하산식으로 임명하는 데 따른 폐단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의 후임도 2대에 걸쳐 고등어 상자에 담긴 검은 돈을 받아 구속됐다. 그뿐인가. 행정경험이 일천했던 장군출신 낙하산은 정치적 논리를 앞세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휘둘렀다가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만 했다.

해당기업에 연고는 없지만 관련한 전문지식이 탁월하거나 설사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쌓은 출중한 경영능력을 보유한 낙하산이야 환영하고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낙하산 인사를 거의 찾아보지 못했다는 국민의 컨센서스가 낙하산에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마사회 낙하산 3인의 무능력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경마장 본부장은 지난 1년 사이에 술을 파는 불법유흥노래방을 87차례 드나들며 1,300여 만원을 법인카드로 지불했다고 지적됐다. 노래방 상호를 인용해 모욕적인 별명을 얻은 '개나리' 본부장은 붉어진 얼굴로 잘못을 시인하고 시정을 약속해야 했다. 이 같은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상임감사는 농림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은퇴한 이후에 새로 시작한 감사 업무의 미숙함까지 덤으로 지적받아 감사원으로부터 해임권고를 받았다.

정작 안쓰러운 건 마사회장이었다. 취임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그때까지도 업무파악 중인지 한마디의 답변도 하지 못한 채 꿀 먹은 벙어리로 일관했다. 축산과 농업 분야에 가장 전문성이 높은 응모자라서 선임되었다던 취임 배경이 무색했다. 경마팬의 염원인 교육세 환원을 통한 경마 세제 개혁에 그가 보여준 역량 역시 아무것도 드러난 것이 없으며 경마에 사행산업이라는 '개 목걸이'를 채우려는 국회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 역시 그가 국회의원이었는가를 의심하게 한다.

능력은커녕 와서 물만 흐리는 저질 낙하산들이 추방되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잠시 쉬었다가 더 큰 데로 가는 정거장이거나 더 이상 쓸모없는 노후품이라서 배려받은 관직이겠지만 이곳 경마장은 그들의 욕심을 채워줘야 하는 유흥지나 양로원이 아니잖은가. 자신의 부귀영화와 영달을 위해 안 되는 능력으로 마사회 명찰을 가슴에 다는 건 한평생을 말과 함께 한 경마창출자는 물론이고 불량상품을 거부할 권리를 가진 경마팬을 비롯한 '경마' 전체에 대한 모독이자 주접이다.

그럴 바에야 노름판에 취직했다는 친지 동료들에게 일일이 경마를 산업으로 이해시켰던 직원 출신들이 적임자다. 청춘을 경마에 바친 그들이 당연히 경마전문가다. 그러나 마사회 인사시스템은 전문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상임 이사직을 마지막으로 3년 역임하면 그걸로 끝이다. 50대의 나이에 그들을 보내는 건 경마계의 손실이다. 마사회장 만큼은 얼굴마담이 필요하다면 일본처럼 부회장만큼은 직원 출신을 기용하여 전문성을 살리자. 경주경마장 건설 등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 허비한 노력과 세월을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소신과 자질있는 직원출신 인사기용 주장에 주목해야 한다.

무능한 낙하산에 대한 반대급부로서가 아니라 진짜로 능력 있는 전문가가 내부에 있다는 증거를 확인시켜줌으로써 그동안 마사회 내부에 대한 사회의 불신을 해소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낙하산을 배격하는 자주적인 마사회의 목소리는 용기와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우려나 누가 와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무관심을 극복해야만 한다.

직원출신 부회장 임명을 위한 투쟁은 마사회가 똑바로 서야 우리 경마가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마팬들의 염원에 보답하겠다는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이해한다.







[공개질의] 방송위에 묻는다
2005 마사회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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