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장(2005/04/27)  


깜짝 놀랄 일은 아니었다. 전직 마사회장 두 명은 물론 처장, 부장, 과장, 대리까지 금품을 상납받았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거의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지만 새삼스런 일은 아니었다. 뇌물 비리의 복마전이며 악취를 풍기는 '마(魔)사회'라고 언론은 비아냥댔지만 하나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들은 두 가지에 주목했다. 첫째가, 마사회에서 분사된 아웃소싱 업체가 뇌물 제공업체였으니 공기업 구조조정의 허구성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마사회는 시설물 관리용역을 높은 가격에 독점 공급해주고 업체는 그 대가로 뇌물 상납을 하는 공생 관계가 몇 년째 유지돼 온 사례를 들어 애초부터 분사(分社)는 비리를 잉태한 모순의 구조였다고 단정한다. 그와 함께, 총선에 낙선한 정치인과 퇴직 공무원의 노후를 보장하는 낙하산 인사가 주인 없는 공기업의 부정부패와 연결되었다며 인사제도의 적정성을 묻는 것이 둘째다. 받은 뇌물이 지구당 운영비에 쓰인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자금법의 손질을 요구하는 야당의 코멘트도 덧붙여졌다.

오히려 그보다 더 눈길을 준 것은 뇌물의 전달 방법이었다. 고등어와 곶감과 초밥을 담는 상자에 현찰을 차곡차곡 담아 건네주는 신종 수법이 탄생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특수부가 인근 시중은행의 협조를 받아 고등어 상자에 실제로 3천만원이 들어가는지를 확인한 사진을 첨부했다.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고액 수표를 주고받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현금다발을 눈에 띄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동원된 다양한 아이디어가 사과상자로부터 시작해 골프가방으로 이어져 기상천외한 초밥도시락에 이른 걸 보면 '뇌물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진화할 뿐'이라며 상세한 도표를 그려 설명했다.

흥청망청 벌어진 뇌물잔치의 구조적 비리 그 범죄의 본질보다도 새로 선보인 뇌물 전달 수단에 더 관심을 보인 것은 경마 또는 마사회에 대한 그 동안의 사회적 인식이 이제는 식상한 까닭이고 공기업의 비리가 어디 마사회뿐이겠느냐는 불신과 냉소에서 연유했는지도 모른다.

또다시 복마전으로 구설에 오른 마사회의 비리는 따지고 보면 정기 행사였다. 경주마의 사료비를 빼돌린 경리계장과 지프차를 팔아 챙긴 총무부장과 공금을 첩의 생활비로 유용한 6대 마사회장의 비리 전모가 드러나 구속된 것이 57년의 일이다. 98년에는 전직 마사회장 두 명이 경마수익금 가운데 공익자금 출자계정 등의 회계장부를 허위로 기재하는 수법으로 둘이 합해 30억원 이상을 착복한 혐의가 있어 조사중이라고 보도됐다. 특히, 김모 전 회장의 경우는 1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예금계좌를 추적하고 이에 협조한 마사회 직원들에 대한 수사가 병행된 부패의혹 사건도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대(代)물림' 뇌물비리로 재연된 것이다.

민영화에 소극적인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거론하는 지적과 충고는 이번에 나타난 비효율과 검은 비리의 현실을 마사회라는 표본을 통해 지켜봄으로써 설득력을 얻는다. 구조적인 비리를 발본색원할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한 건 분명하며 위의 방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변혁의 도입을 거부할 수 없게 됐다. 어쨌든.

하지만, 인사와 하청관계를 중심으로 운영실태 전반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경마의 공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너무 많이 들어 지겨운 레퍼토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임직원의 '윤리서약서'를 의무화한다는 마사회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약서 한 장으로 해결될 사안이라면 이미 57년에 마사회 비리는 발본색원되어 깨끗해졌어야 한다.

그들의 개인적 범죄로 한정하지 말고 비리가 가능했던 풍토에 대해 모두가 책임을 지는 자세로 해결하자. 마사회에는 강도 높은 '공직자 윤리법'이 요구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여 클린시스템을 마련하자. 그래야만 정치적 목적으로 거쳐가는 불량 낙하산을 거절할 자격을 얻으며 궁극적으로 진정한 내부승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31대 신임 마사회장을 주목하고 기대를 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春來不似春

오늘 31대 한국마사회장이 취임했습니다. 약 두달여간 공석중이었던 자리에 [임자]가 결정되면서 그간의 치열한 물밑교섭과 당정청(黨政靑)간의 힘겨루기도 막을 내렸습니다. 뒷얘기도 풍성합니다.

박창전 전회장이 사표를 낼 무렵,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의를 표명할 거란 얘기가 나돌 때 이미 후임회장의 윤곽이 결정되었습니다. 이봉수 현 부회장이 회장이 될 거란 전망이 그것이었습니다. 성급하다 싶었지만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과 마사회장 임명권자인 박홍수 농림부장관과 청와대 김인식 인사보좌관 3인의 인간관계를 들어 이 부회장이 회장이 된다고 호언했습니다. 위의 트리오는 모두 김해를 연고로하는 농민운동 출신인사며 노무현정권의 집권 공로자로서 서로간의 막역한 관계를 이유로 꼽았던 것입니다.

변수도 있었습니다. 부회장이 되기 전, 지구당위원장으로 금배지의 꿈을 안고 있던 이부회장이 5월, 보궐선거가 열리는 김해에서 출마하느냐가 관건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한달 전쯤, 우리당 김해지역 공천자는 다른 인물로 결정되면서 이부회장이 마사회장에 [올인]했다는 좀더 확실한 예후가 나타났습니다.

싱거운 [대끼리]게임으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회장추천위원회가 최종 선정한 3인의 후보가 발표되면서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습니다. 이우재 전의원이 신청자였고 최종 라운드에 올랐다는 것은 우리당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증거였습니다.

사실 이우재씨는 17대 총선을 앞둔 당내 경선에서 이목희 현의원에게 패배하고 당 고문을 맡았다가 나중에 무슨 특위위원장에 이름을 거는 정도로 칩거 상태였지만 지지난번 개각 때 농림부 장관으로 당에서 추천된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경마장의 정보꾼들은 이우재 카드가 [뻥카]냐 [진카]냐를 놓고 설왕설래했습니다. [진카]측은 우리당 전 당의장의 강력한 후원을 등에 업고 있다는 구체적인 세력의 근원지를 가리켰습니다. 가능성을 높게 본 거죠. 하기야 마사회장배 대상경주에 출전하는데 출전수당 받으려고 나오기야 했겠습니까. ㅋㅋ

입상권에서 제외하는 이 부회장파의 진단은 그가 칠순을 바라보는 정치 노객이라는 점에서 구색을 맞추기 위한 후보라고 보았습니다. (속마음은 애써 무시하고 싶은 심정도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두 명의 전회장이 뇌물수수로 세상을 더들썩하게 하면서 언론은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가 그 원인이라고 떠들었으니 상황은 유리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대세였습니다. 지난 주말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공기업의 실제 인사권이 정치권에 연결된 오랜 전통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밥을 먹으면 기업인이 밥값을 내는 불문율처럼 힘의 우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번 인사에서 이부회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거나 반드시 회장에 올라야 한다는 경마계의 명분이나 당위성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에대한 큰 거부감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가장 최선의 선택이냐는 문제에선 숙고할 사람이라도 일단 그는 무난하다고 평가한 걸로 보입니다. 짧은 기간 정치인 출신이었지만 부회장 취임 후 경마장을 발로 누비고 다닌 현장 경영 스타일에 호감을 가진 경마인들이 많았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김기선 후보가 낙마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번 회장 선임에서 유례없이 깊은 관심을 보였던 경마팬들의 성향도 비슷했습니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동의였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상황에서 김후보가 적임자라는 평가가 경마 인터넷 언론을 타고 흘렀습니다.

김후보의 탈락은 마사회에 대한 정부의 개혁의지가 아직도 미흡하다는 증거이고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정치판의 논공행상이 대한민국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을 뿐입니다.

[불가능]이라는 단어와 같은 뜻이라해도 무방한 [개혁]이 경마장에 발을 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세대에서는 말 그대로 불가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마사회장들이 개혁을 언급했지만 아무도 보여주지 못한 사실을 알고있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사회를 개혁하겠다고 취임 인사를 하는 31대 회장을 바라보면서 [그 밥에 다른 나물]이 올라올 거라 믿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고희를 바라보는 그가 그동안 몸소실천하며 개혁을 부르짖은 때는 4.19 시절이 유일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현재의 우리 경마장이 어떤 [꼬라지]인줄도 모른채 더 많은 경마 수익금이 농촌으로 보내져야 한다고 취임사를 하던 그가 바로 신임 마사회장이기 때문입니다. 취임식에 따라온 현역 국회의원 때문에 그는 [가오]를 잡았는진 모르겠지만 그들 때문에 그 역시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떨치지는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정치판과 경마판은 [정경불이(政競不二)]라는 세간의 믿음을 확고히 했는지도 모릅니다.

[불확실한 것]에 [확실한] 돈을 거는 경마꾼인 입장에서 보기엔 [불확실한] 인물이 경마대계를 책임질 수장으로 온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절기상으로는 봄이 확실하지만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요즘 날씨처럼 말입니다.




지방 교육세 환원을 위한 경마팬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서울마주협회, 결산안 허위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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