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경마, 강(江)에 빠지다(2009/01/22)  



머릿속에 삽만 들었다는 놀림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50조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 대책을 내놨는데 그 이름이 바로 '녹색 뉴딜' 정책이다.

녹색 성장 전략에 고용 창출 방안을 합해 경제 난국을 풀어가자는 바람이다. 루스벨트가 미국 대공황을 극복한 뉴딜(New Deal)을 차용해 온 건 훌륭했던 결과에 거는 기대감 때문일 게다. 하지만,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호의는커녕 "포장만 바꾼 삽질 뉴딜"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녹색 뉴딜 사업의 핵심이 친환경 에너지 분야가 아닌 4대 강 정비 사업에 치중되었다는 지적이 자리한다. 50조원의 예산 가운데 사회기반시설 투자 관련 부문이 32조원 이상을 차지하고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인 신재생 에너지 연구 개발 예산은 2012년까지 3조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던 대운하의 불씨를 4대 강에서 살려 전 국토를 공사판으로 만드는 삽질을 엉뚱하게도 녹색 뉴딜로 허위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6만 개의 일자릴 만든다지만 책정 예산을 평균 노임으로 나누는 계산 방법의 숫자 놀음일 뿐이고 그나마도 저임금, 단기간의 건설 단순 인력이 91만 명을 차지하다 보니 "아파트 미분양 적체로 힘들어하는 건설사들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눈물겨운 배려"라는 신랄한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현 정권 탄생의 산파역인 조중동의 본부인 조선일보에조차 "녹색은 없고 건설만 있는 녹색 뉴딜"이라는 제목의 일본 와세다대학 경제학과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의 기고 논평이 실릴 정도다.

이쯤 해두자. 그럼에도, 너무나 너무나 안타까운 건 우리 경마가 또다시 정치의 늪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정치인 출신의 낙하산 회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녹색 뉴딜에 맞장구를 치며 경마를 팔아 얼굴을 내밀었다.

뭔 소리냐면, 마사회는 정부의 4대 강 유역 개발과 연계하여 강변에 승마장을 설치하고 전국의 저수지 주변을 개발해 승마 관광코스로 만들어 거기에 승마ㆍ골프ㆍ해양스포츠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레저 사업을 펼치겠다고 했다. '전 국민 말 타기 운동'을 벌여 현재 2만여 명에 머물고 있는 승마인구를 2012년까지 5만명으로 끌어올리며, 마사회 직영승마장 2곳을 운영하고 매년 민간승마장 10곳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총 2조 6200억원의 경제효과와 3만명의 고용창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단다.

쉽게 얘기하면 '대운하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라고 시인 못하는' 4대 강 사업을 정부가 경기 부양 및 고용 창출 대책이라고 내놓으니 '어 그럼 우리는 거기다가 승마장 차리면 그림이 되겠네!' 하며 아예 녹색 뉴딜의 선봉에 나선 꼴이다. 오죽했으면 야당 대변인이 "꼴뚜기가 뛰니 덩달아 망둥이도 뛴다"고 마사회를 가리켜 손가락질 했을까.

우리는 그동안 경마가 정치에 휘말려 낭패를 본 경험을 여럿 갖고 있다. 정치인의 입김 때문에 경주(慶州) 유적지에 경마장을 만든다고 땅 사고 인력 투입하고 문화재청 당국과 실랑이하다가 "문화 유적 유린하는 한국마사회"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두 손 들었다. 그럼에도, 160억원에 달하는 부지는 10년 넘게 묶여 있는 상태.

부산ㆍ경남경마장도 정치적 게리맨더링에 의한 기형아다. 부적절한 부지에 지역개발이라는 정치논리에 빠져 접경지역에 똑같은 평수로 만들다 보니 행정처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두 배로 힘들었다. 더구나 애당초 경마장 부지로는 적합지 않은 지역에 공사를 강행함으로써 1,668억원의 추가 비용을 지급해야만 했다. 장수 제2육성목장도 위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연말 마사회는 조직축소, 인력감축, 예산절감, 2년 연속 임금 동결, 성과급 반납 등이 포함된 고강도 구조조정에 노사가 합의하면서 정부의 칭찬을 받았다. 2개의 실․처와 5개 팀을 없애는 부서 통폐합으로 정원(861명)의 13% 정도를 인원 감축하겠다고 청와대에 가서 보고하면서 대통령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지만, 이번의 녹색 뉴딜 때문에 상임이사가 지휘해야 하는 대규모의 본부가 새로 태어나야 했다. 그뿐인가. 그 밑으로 마사진흥처가 자리하고 승마활성화팀, 호스파크 사업추진 TF팀, 말산업기획팀이라는 실무팀을 만들었다. 마사회는 구조 조정한다고 생색 다 내고 칭찬 다 받았으면서도 실제로는 더 크고 새로운 조직이 생겼으니 밑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좋아진 거다. 세계 경마시행체중에서 인적 규모가 가장 큰 공룡 조직인 한국마사회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데 녹색 뉴딜이 크게 도와준 셈이다.

정치적인 체면치레나 정권의 하수인 역할에 몸 팔고 나설 때가 아니다. 경마팬의 당연한 권리에 대한 사감위의 과도한 규제를 해소하고 경제악화로 말미암은 외부적 위기 요소들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혹시라도 '대한승마협회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한국마사회장'이 전 국민 말 타기 운동으로 승마를 장려함으로써 경마의 우호적 공감대를 확산하겠다는 80년대식 정책에 머물러 있다면 우리 경마의 미래는 경제 전망만큼이나 암울할 뿐이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 출발 원년을 선포하며 발표한 주요 실천 과제 중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중부권의 경마장 건설 사업은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다. 국적이 불분명하고 혈통이 의심스러운 정체불명의 조랑말 경주를 경마라고 포장한 제주경마장이나, 개장 4년이 지났음에도 재정자립이 아직도 요원한 부산경마장을 보면 제4의 경마장이 필요한지에 대한 비정치적인 타당성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저질러 놓은 산물이 향후 우리 경마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일이다.

또, 경마 환급금 가운데 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금액과 마사회 출연금, 직원들의 성금을 모아 연간 50억원 가량으로 문화재단을 설립해서 다문화 가정과 농촌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은 재고해야 한다. 연간 30억원에 달하는 미지급 환급금은 이미 오래전에 경마팬들의 지적에 따라 팬을 위한 고객서비스 비용에 전용되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경마팬은 물론이고 경마장 이외의 곳에 사용하겠다는 것은 김광원 회장 부임 후 '고객을 섬기고 따뜻하게 봉사한다'는 4대 경영방침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원년 선포식에서 발표한 '한국마사회의 결승점은 고객입니다'라는 서비스 슬로건을 무색하게 하는 처사다. 마사회장이야 낙하산을 타고 오느라고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다 해도 이미 다 알고 있던 마사회 임직원들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가.

경마팬의 살을 떼어 남 주고 생색내겠다는 마사회의 정치적 자위행위는 팬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구호가 립 서비스였을 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자기 마누라를 내다 팔아먹을 수 있는 파렴치범이라는 낯 뜨거운 증거다. 잘못을 가까스로 바로잡아 고쳐놨더니 승마와 경마를 구분 못 하는 낙하산 정치꾼이 마사회장으로 내려와서는 그걸 다시 빼앗아 자기 맘대로 내다 쓴단다. 경마 수익금이나 마사회 예산에서 팬 서비스 비용을 증액시켜달란 요구는 큰소리로 안 할 테니 제발 이것만큼은 뺏어가지 말아야 한다. 올해부터 교육세 2% 환원 받아서 절반 뚝 떼어 농촌에 주기로 했지 않는가. 적중 마권인 줄 몰라서 못 찾아간 환급금까지 박박 긁어서 남 퍼주는 건 제집 식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극복해야 할 경마장의 난제는 수없이 많으며 그 대부분이 정치권과 정부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금 마사회장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인 선심과 물량공세로 친정과 정부에 잘 보이려는 처세술이 아니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경륜과 역량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 경마를 구하는데 앞장서는 정치적 리더쉽이다.








[논평] '전체 지정좌석제' 문제 있다
2008 마사회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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