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암동물병원 비리의혹의 전모

한국마사회가 허가하고 마필보건소가 관리 감독하는 '주암동물병원'(원장 김해식)에 대한 비리의혹의 전모가 드러났다.

주암병원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말, 내부의 경마관계자가 마사회에 우편으로 민원을 보내 공식화되면서였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주암병원이 마필 진료비를 과다 계상하고 허위진료 기록을 근거로 부당 청구를 해왔다고 고발하고 진상을 파악하여 엄벌에 처해줄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민원을 처리하는 마사회 관계부처는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는 커녕, 후속조치에 미온적으로 대처했으며 심지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제보와 관련하여 마사회 감사실은 사건 조사를 아예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기능을 갖고있지 않은 마사보건처가 자체 조사를 담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실의 한 관계자는 당시 사건은 자신들에게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고의든 실수든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사회는 지난해 11월7일 재정위원회(위원장 부회장)를 열어 전·현직 마필관계자 9명에 대한 제재처분 조치를 내리는 과정에서 피로회복제의 일종인 “하트만액”주사제를 개업수의사에 의해 관리 마필에 주사를 맞힌 후, 약 6∼7일만에 경주에 출주시켰다가 적발된 이왕언, 곽영효 조교사에게 11월20일부터 6개월간 각각 3개 마방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개업수의사가 다름아닌 주암병원이었다. 때를 같이하여 주암병원도 동물병원운영위원회(위원장:업무이사)에 의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달간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주암병원의 죄목은 피로회복제로 쓰이는 전해질 제재인 '하트만'액 링거 주사를 경주 출주일 10일 이전에 맞혔다는 규정위반때문으로 알려졌다. 진료비와 관련한 문제는 일체 불문에 부치고 제재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주암병원의 진료비 과다청구가 핵심인데 이를 덮어두고 경미한 처벌로 그쳤다는 것은 지나친 봐주기라는 지적이다.

당시 본 연합에서는 회의록 내용 중에 주암병원의 과다 진료비 청구로 인한 부당이득 건이 포함되어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마사회 마필보건팀 (팀장 김삼수)에 정식으로 동물병원운영위원회의 회의록을 정보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다. 당시 마필보건팀은 주암동물병원과 삼포동물병원에 공문을 보내 회의록을 공개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동물병원은 어떤 곳?

서울경마장에는 한국마사회 서울부속동물병원과 2개의 개업동물병원(주암동물병원, 삼포동물병원)이 있다. 서울병원은 마필보건소 소속으로 마사회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삼포와 주암은 마사회 수의사 출신이 원장으로 있으며 민간 수의사 신분이다.

 개업동물병원은 주로 1차 진료를 담당한다. 전신마취를 이용하지 않는 간단한 수술, 예를 들면 거세술, 안구 내 사상충적출술, 외상 봉합술, 축농증 제거 수술 등을 실시한다.

서울부속동물병원은 주로 2차 진료를 전담한다. 경주마의 파행진단과 전신 마취를 이용한 수술 즉, 관절경을 이용한 골편제거술, 개복수술 등 중증 환마(患馬)에 대한 정밀검사와 입원처치를 맡는다. 경마일 출주마 마체검사 등 개업동물병원에서 담당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진료를 실시한다.

하지만 유독 주암동물병원만은 공개를 거부했다. 이를 회신받은 마필보건팀은 당사자의 명예훼손과 정신적 고통 가중을 고려하여 비 공개키로 한다고 최종 답변했다.

우리는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
7조 비공개 대상정보에 규정된 조항 가운데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근거를 내세워 정보 공개를 거부한데 대해 행정 소송을 준비함과 동시에 비리사건의 내막을 알아내기 위해 자체조사를 병행했다.

이런 와중에 익명을 요구한 마사회 내부인사는 사건의 실상을 설명하며 "주암 병원의 비리에 대해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과다 계상된 진료비는 지난 7년간 10억원 대가 넘는다"며 “실제 치료한 약품을 비싼 약품으로 속이거나 치료하지 않고 치료한 것처럼 청구서를 작성하는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먼저 주암과 삼포병원의 치료건수와 치료비 청구 금액을 조사했다.
삼포가 월평균 2,000여건을 치료하는데 반해 주암은  절반인 1,000건에서 1,200건 정도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치료금액은 주암이 삼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은 월평균 4,500~5,000만원에 달했다. 1차 진료를 비롯한 전신마취를 이용하지 않는 간단한 수술만을 담당하는 두 곳의 병원에서 이처럼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제보 내용대로 주암병원 수의사가 마방에 제출한 ‘진료내역서’와 마주에게 청구된 금액을 대조확인하기로 했다. 그 결과 실제 진료기록이 아예 허위로 청구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에서 보면 ‘우승꽃’이라는 마필은 올해 4월 19일 주암병원 박모 수의사에 의해서 좌 각막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마주에게 진료비를 청구하는 최종 문서에는 양전구절염을 치료받은 것으로 둔갑되었다.
 



수의사가 실수로 병명을 잘못 기재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면 치료비가 차이가 난다. 보통 각막염은 1~2만원 대에 불과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4만원이 넘어간다. 더구나 ‘우승꽃’은 이날을 전후해서 각막염 치료를 받아오던 중이었고 구절염 치료를 이 무렵에 받은 전력이 없다.


또한 5월 26일 주암병원에서 좌제3중수골 골막염치료를 받았다고 35,000원이 청구된 ‘위캔드글로리’의 경우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수의사가 마방에 제출한 진료 내역서에 치료했다는 근거가 아예 기재되어 있지 않다. ‘청사’를 비롯한 5두를 치료했다고 확인했지만 해당마필은 언급되어있지 않다.



29일도 마찬가지. 같은 마필이 같은 병명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32,672원을 청구했지만 진료 내역에는 없다. 여백이 있음에도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치료없이 진료비만 부당청구한 셈이다.

5월 7일과 8월 11일의 ‘삼매경’, 6월 22일과 7월 15일의 ‘로얄퍼시픽’, 7월 12일과 8월 11일의 ‘대현’, 8월 9일과 9월 7일의 ‘서원’, 9월 15일과 10월 28일의 ‘쉐도우잉’ 등 역시 진료비만 청구되었다.

  

 

중복 청구한 사례도 드러났다. 8월25일 마비성근색소뇨증으로 치료받은 ‘위켄드글로리’는 약품치료없이 진료비로 12,000원을 더 요구했다.

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이 같은 사례는 오전에 약품을 써서 치료를 하고 오후에 경과를 보기위해 방문하는 사례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상태를 살피러 가는 것은 오전 치료의 연장이며 별도의 치료가 이뤄졌다면 진료 내역서에 진단과 처치내역을 기재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5일자 마방에 보관된 내역서에 한번 처치받은 것만 봐서는 허위로 청구되었음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치료비를 과다 계상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 샘플로 수집한 내역서 가운데 일반적인 치료가 행해지는 감기를 예로 들어 한 마리를 골랐다.

왼쪽의 사진을 보면 '로얄퍼시픽'이 5월2일 감기치료를 받았으며 TM, PP, B-C의 처방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즉, 테라마이신과 파파린 계열의 항생제 그리고 비콤-씨 등의 약품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는 약품비와 진료비가 얼마나 되는지를 산출했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약품비는 3,870원이며 진료비는 11,000원으로 14,870원을 청구했어야 한다. 그런데 주암병원은 약품비로 16,380원과 진료비 12,000원 합해 28.380원을 청구했다. 약품비를 무려 4배가 넘게 과다 계상했다.

 

 

최대투여
(a)

단가
(b)

약품비
(axb)

진료비
(주사비)

TM

50 ml

9원

450원

3,000원

PP

30 ml

99원

2,970원

3,000원

B-C

50 ml

9원

450원

5,000원

합계

 

 

3,870원

11,000원

 
동물병원 두 곳에서 쓰는 약품은 마사회 조달팀이 공개 입찰을 통해 필요한 물량을 일괄 구매한 뒤 마필보건소에 넘겨 수량과 사용여부를 관리 감독케 한다. 규정에 의하면 동물병원은 약품비를 원가대로만 제공하도록 되어있다. 일체 이윤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확인해본 바에 따르면 경쟁 업체인 삼포병원의 경우, 약품비를 정해진 정가대로 마방에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밖에도 주암병원은 5월 21일 '슈퍼렉스'에 'ELT' 한 박스를 판매하면서 정가가 90,000원인데도 118,500원으로 28,500원의 부당 차익을 노렸으며, 2월 1일에 입술상처를 치료받은 '키사로드'의 경우에도 1만원에 불과한 진료비를 두배가 넘는 22,000원으로 청구했다.
 

 더 이상 대조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 치료 건수가 삼포병원에 비해 절반 수준인 주암병원의 치료비 청구금액이 삼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았던 원인은 간단했다. 허위진료와 진료비 과다 계상 및 중복청구 때문이었다.

 
마주가 자신의 말을 위탁시키면서 부담하는 위탁관리비 가운데 진료비는 최근 몇년간 급속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총비용에서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과거의 10% 미만 수준에서 최근에 많게는 20%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주마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님에도 이 같은 현상은 경주마 한마리당 진료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높은 수가의 진료비와 지나치게 긴 입원기간, 과다 진료 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동물병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뒷받침하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비리 의혹에는 그동안 주암병원을 이용했던 마방 관계자들도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병원측이 조작을 했을 때, 직접 말의 진료를 요청하고 관리하는 마방 관계자들이 모를 수 없다는 것.

그동안 당연한 것처럼 묵인되어왔던,  상금을 못버는 마주의 말 치료비와 약품비를 상금 많이 버는 마주의 말 치료비에 전가해왔던  관행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조교사와 마필관리사들이라면 주암병원의 비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마방 관계자들이 주암병원 측으로부터 식사와 술자리 대접을 공공연하게 받고 있다고 전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조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마사회 마필보건소측은 어제 (11월20일) 급작스럽게 동물병원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주암병원에 대한 영업허가의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1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각 마방에 공문을 보내 지난 1년간 진료내역서를 확인하여 부당청구된 금액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어느 조교사도 이의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 진료비를 지불하는 마주들 조차도 조교사들에게 이같은 방침을 전해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병원운영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마사회장의 최종 결재를 남겨놓은 상태지만 일단 전향적인 자세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지만 해당병원에 대한 사법조치를 의뢰하지 않았으며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없이 서둘러 사건을 봉합하려 한다는 또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병원측과의 실제 거래 당사자인 마주들에게 이의신청 사실 자체를 알리지도 않았을뿐더러 비리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교사들에게만 이의를 제기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문을 연 주암병원이 7년동안 불법행위를 저지르는데도 허가권과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마사회는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 업무상 배임과 횡령을 일삼는데도 이를 묵인하다시피 방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마사회는 이 같은 비리사실을 알고 있었다. 동물병원운영위원회가 열렸을 때 이를 논의했었다. 그러나 처벌은 단순 경고에 가까운 2개월 영업정지만을 내렸다. 병원측이 부당이득으로 두달간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남는다면 부당의료행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위의 사례에도 나타나듯이 주암병원은 영업정지 이후에도 계속해서 비리를 저질러왔다. 그 배경에는 검찰에 고발해야하는 형사사건임에도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던 마사회의 말못할 흑막이 감춰져 있는 것이다.

 
조교사나 기수를 비롯한 마필 관계자들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던 마사회가 이 사건에 대해서 머뭇거리는 이유는 자신들이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묵인하고 은폐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주암병원의 비리 전모를 비롯한 마방 관계자들의 커넥션은 물론이고 마사회가 그 동안 사건을 감추고 묵인한 배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당사자와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사기를 당한 피해의 추징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대책이며 우리 경마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당연한 수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