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더러브렛 경매자 협회

경마 및 마필생산 판매산업이 국제화되고, 더러브렛의 생산 판매 구매가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마필의 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의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기준의 하나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 각종 경주에서의 성적인데, 경마 시행국 마다 경주의 수준이 상이하여 경주에서의 성적이 그 마필의 능력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그리하여 마필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경마 시행국 별로 경주의 수준을 분류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낀 사람들이 바로 마필을 경매시장을 통해 판매하는 마필경매자들이었다.
마필을 경매하기 위해서는 그 마필이나 선조들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했다. 그래야만 마필의 올바른 가격이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제 더러브렛 경매자 협회’(SITA:Society of International Throughbred Auctioneers)가 1983년 세계 주요 6개 마필 경매회사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동 협회는 다음에 설명하는 ‘국제 경주분류 표준위원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국제 경주분류 표준위원회

‘국제 경주분류 표준위원회’(ICSC : International Cataloguing Standards Committee)는 경마선진국인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미국의 경마시행체와 생산자단체 및 위에서 말한 마필 경매기관의 대표를 주축으로 1981년 설립된 단체이다.
동 위원회는 전세계 경마시행국의 국가별 경주별 수준을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다.

설립목적은 더러브렛 생산 경주 마케팅 등의 국제화가 증가되는 시기에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경주분류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동 위원회는, 경마시행의 역사와 전통, 마필생산의 수, 생산되는 마필의 수준, 보유하고 있는 씨수말의 수준, 활약하고 있는 현역 경주마의 능력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세계의 경마시행국을 3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매년 발표한다.

이 분류에 의하면 영국 아일랜드 미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독일 남아공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이 첫째 국가군에 속하고,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멕시코 파나마 아랍에미리트 푸에르토리코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스페인등이 둘째 수준의 국가군에 속한다.
마지막 셋째 국가군에는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자메이카 도미니카 에콰도르 폴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트리니다드토바고 슬로바키아등이 포함된다.

이상에서 말한 세 부류의 국가군에 속하지 않는 경마 시행국 들은 그 나라의 경마수준이 셋째 국가군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아시아지역에서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등이 둘째 수준의 국가군에 포함된 반면 우리나라는 단 한번도 위의 국가군에 포함된 적이 없다.

 

북미 그레이드 스테이크스 위원회

‘북미 그레이드 스테이크스 위원회’(NAGSC:North American Graded Stakes Committee)는 북미지역에서 시행되는 경주의 수준을 평가한다. 공식적인 운영목적은 북미에서 개최되는 경주들의 공정한 분류를 통해 마필의 능력수준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동 위원회는 ‘북미 더러브렛 마주 생산자 협회’(TOBA:Thoroughbred Owners and Breeders Association)의 산하 6개 위원회 중 하나다.
동 위원회에서는 북미지역에서 시행되는 모든 경주를 그 수준에 따라 그레이드 경주(GradeⅠ,Ⅱ,Ⅲ), 리스티드경주(Listed Race), 일반경주 등으로 분류한다.

그레이드 경주는 가장 수준높은 경주로서, 동 위원회로부터 그레이드경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동일한 경주조건에서 최소한 2년 이상 경주가 시행되어야 하며, 경주상금이 최소한 5만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경주조건이 성별과 연령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마필의 출주도 제한해서는 안된다.

리스티드 경주는 기본적으로 그레이드 경주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동 위원회로부터 그레이드 경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경주를 말한다.
이러한 그레이드 경주와 리스티드 경주를 합쳐서 스테이크스 경주(Stakes Race)라고 보면 된다.

스테이크스 경주 이외에 북미에서 개최되는 별정경주(Allowance Race), 미승리마 경주(Maiden Race), 클레이밍 경주(Claiming Race)등은 모두 일반경주(Overnight Race)라고 일컬어진다.

북미경주의 격을 부여하는 주체가 ‘북미 더러브렛 마주 생산자 협회’인 이유는, 북미 경마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영향력 있는 세력인 마주와 생산자에게 경주 수준을 분류하고 경주마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하는 것이 그들의 활동에 필요불가결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유럽 패턴 경주 위원회

유럽에서 주요 경마시행국(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이탈리아·독일등)들의 경주수준을 분류하는 주체는 ‘유럽 패턴 경주 위원회’(EPRC : European Pattern Race Committee)이다. 북미의 그레이드 경주에 해당하는 것이 유럽의 패턴 경주(Pattern Race) 혹은 그룹 경주(Group Race)이다.

사실 이런 경주분류 방식을 처음으로 채택한 곳은 북미가 아니라 유럽이었다.
1970년대 초,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등 유럽 경마선진국의 시행체에서 그들 국가의 가장 우수한 스테이크스 경주들을 ‘패턴 경주’(Pattern Race)라 부르기로 하였다. 이후 패턴 경주라는 명칭이 ‘그룹 경주’(Group Race)로 바뀌었다.
미국에서 ‘그레이드 경주’라는 명칭이 사용된 것은 이들 유럽국가에서 미국도 그들과 같은 경주명칭과 경주분류체계를 갖도록 권유한 데서 기인한다. 즉 북미의 그레이드 경주나 유럽의 패턴 경주 혹은 그룹 경주는 모두 같은 의미를 갖는 다른 용어일 뿐이다.

 

남미경마기구, 아시아 경마회의

‘국제 경주분류 표준위원회’에서 북미의 경주는 ‘북미 그레이드 스테익스 위원회’의 평가 분류를, 유럽 주요국의 경주는 ‘유럽 패턴경주 위원회’의 평가 분류를 거의 변경없이 받아들여 인정한다.
이외에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파나마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국가들의 경주는 남미경마기구(OSAF)라는 단체에서 평가 분류를 하고, 호주 뉴질랜드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국가들의 경주는 아시아 경마회의(ARC:Asian Racing Conference)에서 평가 분류를 한다.
그러나 남미와 아시아 국가 경주에 대한 남미경마기구와 아시아 경마회의의 평가 분류는 동 위원회의 신중한 심사 후 인정된다.

경마선진국인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의 경주 중 ‘국제 경주분류 표준위원회’에서 인정한 그레이드 경주는 일본의‘Japan Cup’(GⅠ)과 홍콩의 ‘International Cup’, ‘International Bowl’, ‘International Vase’(이상 GⅡ) 등 4개에 불과하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마수준이 매우 낮고,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십년간 경마가 시행되어 왔지만 대부분의 경주용 마필이 수입되어 왔고, 또한 수입된 마필의 대다수가 타 경마시행국(주로 호주나 뉴질랜드, 미국)에서 경주마로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마필들이었다.
국내 마필생산이 본격화된 것도 지난 80년대 후반으로 이제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국내에서 생산된 마필의 대부분은 외국에서 도입된 마필보다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홍콩의 경우 경마매출액이나 입장인원 등 양적인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나, 경주마의 생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경마매출액이나 입장인원 등 양적인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경주마의 능력 측면에서는 서양의 우수마필에 비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우수마필 생산을 위해 최고 수준의 씨수말 씨암말을 수입하고 마필생산 산업에 엄청난 자금과 노력을 기울이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생산 육성 기술의 문제, 자연조건(기후, 토양, 초지 등)의 제약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경주의 질적 측면에서 선진국에 도달했다고 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국제 경마계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위치와, 아시아 경마계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치를 보았을 때, 아시아 경마시행국과 우리나라 경마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 노력, 특히 수준 높은 마필생산을 위한 투자가 절대 필요한 실정이다.

 

정태인